앙겔라 메르켈(62) 독일 총리의 ‘추락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독일의 ‘정치 1번지’ 베를린에서 18일(현지시간) 실시된 주의회 선거에서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민주당연합이 다시 참패했다. 이번 선거는 내년 9월 치러질 총선을 가늠할 수 있기에 관심이 컸다. 결과는 메르켈의 4선의 꿈이 점점 멀어진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메르켈의 위기는 유럽연합(EU)의 운명이나 유럽정치 전체의 위기일 수 있기에 주변국들도 예사롭지 않게 선거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이 21.6%를 얻었다. 이어 기민당(17.5%) 좌파당(15.7%) 녹색당(15.1%) 순으로 득표했다.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독일대안당)도 14.1%로 5위에 랭크됐다.
반EU·반이슬람을 표방한 독일대안당의 선전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때문에 현지 언론은 예외 없이 “독일대안당이 최대 승리자”라고 치켜세웠다. 이로써 독일대안당은 전체 16개주 중 10개주 의회에 진출했다. 영국 BBC방송은 “기민당의 성적은 역대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 최악이며, 독일대안당의 베를린 주의회 진출도 사상 처음”이라고 얄궂게 양당을 대비시켰다.
극우정당에 의한 메르켈의 위기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일 북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회 선거에서도 독일대안당이 20.8%를 득표해 기민당(19.0%)을 밀어내고 사민당(30.6%)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선거 결과로 연정 멤버까지 바뀌게 됐다. 현재 주의회 연정 파트너는 사민당과 기민당이지만 각각 지난 선거에 비해 득표율이 6.7% 포인트, 5.8% 포인트 낮아져 양당만으로는 연정을 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사민당은 기민당을 제쳐놓고 좌파당과 녹색당을 규합해 ‘좌파 3당 연정’을 구성할 계획이다.
연방정부처럼 사민·기민 좌우파가 손잡았던 베를린에서 좌파연정 출범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총선도 결과가 비슷할 경우 메르켈이 아예 연정 파트너에서 축출될 수도 있어서다. 내년까지 12년을 집권하는 메르켈의 부재는 독일은 물론 EU 차원에서도 ‘끔찍한 일’이다. 유럽통합 작업이 좌초할 수 있고, 경제적 파장도 만만찮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기민당과 긴밀한 관계인 기독사회당의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정부 재무장관은 “메르켈에게 2주 사이에 두 번째 경고음이 나온 것”이라며 “당장 난민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獨극우당 베를린 입성… 메르켈 리더십 ‘빨간불’
입력 2016-09-2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