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A교회 당회는 얼마 전 새 예배당 건축안을 통과시켰다. 담임을 맡고 있는 B목사는 교회 건축이 원활하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청에 근무하는 C집사에게 “건축 허가가 차질 없이 날 수 있도록 신경 좀 써 달라”는 부탁을 하려는 참이다.
만약 B목사가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는 오는 28일 이후 이 같은 부탁을 실제로 했다면 처벌을 받게 된다. 제3자를 위해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한 혐의로 김영란법(제23조 제2항)에 따라 B목사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을 수 있다. C집사의 경우, 목사의 청탁을 거절하면 처벌받지 않는다. 그러나 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다른 공무원에게 관련 사안에 대해 청탁할 경우 3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박상흠(동아대 법무팀장) 변호사는 19일 “김영란법은 법적용 대상자에게 뇌물을 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과태료 부과)을 받을 수 있는 법”이라며 “교회 건축이나 행사, 인사 등에 있어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가 없도록 목회자들이나 신학대 임직원들은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와 함께 교계에서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사례들을 예상해봤다.
D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E목사는 교회부설 유치원 원장이기도 하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일까. 그렇다. 해당법은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등에 따라 원장이나 교장 등을 포함한 교원 모두가 적용 대상이다. 기간제 교사까지 포함된다. 단 명예교수나 겸임교원, 시간강사 등과 어린이집 교사는 법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G목사는 현재 복음·선교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교계 H방송사의 비상임이사다. 그도 법적용 대상이다. 이사·감사 등 임원의 경우 상임뿐만 아니라 비상임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단 교회 자체적으로 발간하는 신문을 만드는 직원이나 방송국의 외주제작사 임직원은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K목사는 얼마 전 소속 교단의 신학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에게 10만원 상당의 축하 난(蘭)을 선물하려고 한다.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취임은 경조사(사망·출산·결혼·입양)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 한해, 5만원 이하의 선물을 보내는 것은 가능하다.
L목사는 기독교 채널인 H방송의 출연 요청을 받아 방송국을 방문하면서 1만원 상당의 비타민 음료 한 박스를 들고 가려고 한다. 원활한 직무 수행, 사교·의례 목적으로 제공하는 5만원 이하의 선물은 수수 금지 금품 등에서 예외 사유로 인정되기 때문에 이는 허용된다.
이밖에 교계 언론사의 경우, 주최 측으로부터 교통비나 숙박비 등 경비 일체를 지원받아 해외 취재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교계단체 등이 기자회견을 주최하면서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는 어떨까. 공식적인 행사이면서 참석자 전원에게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제공할 때에만 허용된다. 일부 언론사만을 초청하는 행사는 공식행사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금지된다.
박 변호사는 “법 시행 초기에는 적용대상의 불명확성과 모호성 등으로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면서 “법적용 대상이 확정된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 등의 의견수렴 과정이 수시로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재찬 기자, 일러스트=이영은 기자
김영란법, 공무원인 교인에 교회 건축허가 편의 부탁하면 처벌
입력 2016-09-19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