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이 원전과 방폐장에 대해 안전점검 결과 ‘이상 없다’고 발표했지만 걱정은 여전한 분위기다. 원전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임시 저장시설을 확충하는 문제를 떠나 당장 고준위 폐기물을 영구 처리할 시설을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수원 측은 19일 경주 월성원전 1∼4호기에 대한 정밀 안전점검 결과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지난 12일부터 5일간 원전 내 주요 설비와 구조물, 저장소 등에 대한 집중 점검을 벌여 왔다. 경주 방폐장도 정상 운영 중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도 강진 이후 6차례 현장 확인 결과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동굴 처분 시설과 지상 지원시설, 배수펌프 등 주요 시설물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원전 인근 주민들의 체감 온도는 좀 다르다. 하대근 경주 양남면 발전협의회장은 “앞으로 지진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정부와의 협의에 있어서 지진 문제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상황이 급격히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판보 경주 양북면 발전협의회장도 “곧 주민대책회의를 열고 지진 이후 대응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주민으로서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건식 저장시설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이철우 경주시의회 원전특위위원장은 “중저준위 방폐장보다 위험한 게 고준위 폐기물”이라며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시설이 야외에 덩그러니 있으니 주민들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근 경주YMCA 원자력아카데미원장도 “맥스터나 캐니스터 등 건식 저장시설 모두 굉장히 견고하게 설계됐지만 일반 시민들은 직접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받아들이는 강도가 다르다”며 “오랜 시간에 걸쳐 보다 안전하게 건설된 원전 내 습식 저장소보다 건식 저장소가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의견은 결국 정부가 고준위 폐기물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김승욱 경주 감포읍발전협의회 국장은 “맥스터 7기를 더 지을 경우 고준위 처리 시설이 아예 경주에 눌러앉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도 여전하다”며 “우리나라 에너지 구조에서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고준위 폐기물 처리에 대한 정부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철우 위원장은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지역으로 경주가 확정됐을 때 이미 경주시민들은 한번 희생을 했다”며 “고준위 폐기물에 대한 정부의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시민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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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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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19 17:30 수정 2016-09-19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