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층 꿈꾸는 銀馬, 서울시 규제 뛰어넘을까

입력 2016-09-20 00:05

서울 강남구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최고 50층 높이의 재건축 설계안을 확정했다. 서울시가 일반 주거지에 아파트를 재건축할 경우 최고 층수를 35층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의 통과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와 희림건축사사무소는 최고 50층, 전용면적 39∼109㎡의 총 5940가구를 짓는 내용의 재건축 설계안을 최근 확정했다. 단지 중앙에는 1만7000㎡ 규모의 광장이 들어서고, 주변에 50층 높이의 랜드마크 빌딩 6개 동이 지어질 전망이다. 총 사업비는 1조1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추진위는 내년 상반기까지 정비구역 지정을 마친 뒤 2018년까지 서울시로부터 사업시행인가 등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초고층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에 은마아파트 시세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기준 전용면적 84㎡의 가격은 12억원을 넘어섰다. 현재 호가는 13억5000만원에 달한다. 올해 초반 9억5000만원 안팎에 거래되던 전용 76㎡도 지난달 11억5000만원에 팔렸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올라 매물 자체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설계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무사히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서울시가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주거지역의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50층의 재건축이 허용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도시의 핵심 상업·업무 기능을 담당할 지역이어서 주거시설 밀집지역인 대치동과는 전혀 다르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희림 측은 ‘예외 조항’을 노렸다. 서울시는 국제현상공모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혁신적인 디자인의 아파트 단지를 만들 경우 초고층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은마아파트는 설계용역 응모자격으로 최근 10년간 국제공모전에서 입상한 실적을 내세웠고, 반드시 해외 설계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제한했다. 희림 관계자는 “네덜란드의 유엔스튜디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계공모에 참여한 만큼 혁신적인 디자인을 통해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셈법은 다르다. 심의를 내줄 경우 35층 제한에 반발하고 있는 반포·서초 등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와의 형평성이 깨지지 때문이다. 초고층을 일단 허용하고 나면 다른 지역에서도 요구가 봇물처럼 터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다만 설계안이 규제에 막혀 무산되면 설계 용역비 150억원과 함께 사업지연 비용 등 주민 분담금 상승이 불가피해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올해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은 118조9000억여원으로 1년 전보다 13%(13조7000억원) 늘었다. 특히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 4구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은 109조6400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재건축 아파트 강세에 힘입어 강남 4구 전체 아파트 시가총액도 지난해보다 11.3% 증가한 317조5000억여원을 달성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부터 중도금 대출규제 등으로 비강남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상황”이라며 “건설사들이 10월까지 8만5000가구의 물량을 쏟아내면서 강남·비강남을 막론하고 주택시장 호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