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출범 한 달을 맞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호(號)의 행보는 신속한 현안 가지치기, 야권통합 속도전으로 요약된다. 당내 분열을 아우를 것이란 기대, 주류 쏠림 가속화에 대한 우려를 안고 출범했지만 원내외의 조화 속에 비교적 순탄하게 출발했다는 평가다. 당내 잠재 대권주자가 많은 상황에서 앞으로 문재인 전 대표의 그늘을 어떻게 벗어날지가 가장 큰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 대표는 취임 직후 전당대회 내내 갈등을 빚었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조찬을 하고 먼저 허리를 굽혔다. 추 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표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한 뒤 실제로도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다.
김 전 대표 측은 19일 “조찬 이후 추 대표가 김 전 대표에 두 차례 정도 전화를 걸어왔다. 당시 일정이 있어 통화는 하지 못했다”며 “이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만난 추 대표가 여러 현안에 대해 조언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비주류와의 갈등을 우려했던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지역구 5선 의원다운 관록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밍 전쟁’을 벌였던 민주당도 속전속결로 흡수통합하고 ‘민주당’ 약칭을 확보했다.
통합 가속 행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을 추진하면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추 대표가 대선 경선 관리보다 ‘자기 정치’를 할 것이란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불만을 듣고 바로 취소하는 유연성도 어느 정도 발휘했다.
야성(野性)과 수권 행보 사이 당내 의견이 엇갈렸던 현안은 총대를 메고 가지치기에 나섰다. 유가족이 당사를 점거할 정도로 지지층 민심 이반이 심했던 세월호와 백남기씨 사건을 두고는 총공세로 돌아섰다. 당내 세월호 태스크포스(TF)를 특위로 격상하고 세월호 특별법을 발의했던 전해철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백남기씨 사건은 청문회도 성사시켰다.
개인적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에 대해선 ‘선(先) 의견 수렴, 후(後) 당론 채택’ 노선으로 논란을 비켜갔다. 이후 북한의 5차 핵실험이 터지면서 안보 활동 반경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직에는 여러 계파 인사를 임명해 친문(친문재인) 지도부와의 균형을 시도했다.
남은 건 문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다. 비주류 측에선 추 대표가 주류 지원을 받아 당대표에 오른 만큼 경선 관리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특히 경선 시기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부담이 되는 내년 초로 밝혔던 점이나 민주당 통합 과정을 문 전 대표와 상의하고, 통합 발표 직후 문 전 대표가 바로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등 지나친 긴밀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더민주 핵심 관계자는 “추 대표는 문 전 대표뿐 아니라 과거 지도부의 의견을 모두 수렴하고 있다. 쏠림 우려를 살 만한 행보는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강준구 최승욱 기자 eyes@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추미애號 초반 순항… ‘文 그늘벗기’ 최대 과제
입력 2016-09-20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