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자들 체취 담긴 문인시화전 개최

“하늘이 어느새 하얗구나. 물고기 한 마리 헤엄친다. 어디든 가는 곳이 길이구나. 空(공)으로 다 통하니까” 2011년 별세한 서울대 영문학과 신광현 교수의 절명시를 오는 21일 서울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울대가 개교 70주년을 기념해 전·현직 교수 60명의 문인화와 서예 작품을 전시한다. 서울대는 대학원 동창회와 미술대 조형연구소 공동 주관으로 21일부터 30일까지 예술복합연구동 우석갤러리에서 문인서화전을 연다고 19일 밝혔다.

문인서화전에서는 수필가 피천득(사진) 선생과 국어학자 이숭녕 교수, 영문학자 이양하 교수의 글을 만날 수 있다. 피천득 선생은 자신의 수필집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를 자필로 써서 남겼다. 이숭녕 교수는 자신의 전용 원고지에 자필로 ‘신체 높이만큼 많은 분량의 저술을 이루라’는 의미를 담아 ‘著作等身(저작등신)’이라고 썼다.

‘나무’와 ‘신록예찬’으로 유명한 이양하 교수의 자찬 묘비명도 나온다.

이 교수는 ‘여기 한 사나이 누웠으니 애써 글 읽고 하늘과 바람과 물과 나무를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였으되 성실 있기 힘듦을 보고 가노라’라고 적었다. 이 교수의 친필은 남아있지 않다. 동료 교수의 글에 인용돼 있는 이 교수의 글을 최종고 법대 명예교수가 대신 옮겨 적었다.

주최 측은 “서울대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대 학자상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전시회가 젊은 학자들과 학생들에게도 아름다운 전통이 전승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