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젊은 흑인 유권자의 관심 부족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흑인사회의 결집과 투표 참여를 호소하며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바마는 전날 밤 연방의회 흑인 의원 모임 ‘블랙코커스’ 재단 연설에서 “흑인사회가 방심하고 대선에서 역할을 못 하면 나에 대한 모욕으로 여기겠다. 나의 아름다운 퇴장을 원하면 투표하라”고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라는 당부도 했다. 오바마는 “투표용지에 내 이름은 없지만 우리가 이룬 진전은 있다”며 “관용, 민주주의, 정의가 투표용지에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런 가치를 진전시킬 후보와 퇴보시킬 후보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자신이 미국 출생이 아니라는 ‘버서(birther) 논란’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지난 5년간 출생 의혹을 제기하다가 16일 마침내 그가 미국 태생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오바마는 “북한, 이슬람국가(IS), 기후변화보다 더 큰 마음의 짐을 덜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흑인사회에서 오바마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흑인 유권자는 2008년 대선에선 95%, 2012년엔 93%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뉴욕타임스·CBS방송의 지난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흑인 유권자의 83%는 클린턴을 지지했다.
클린턴 후보의 지지자가 제3당 후보로 이탈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미셸 오바마 여사 등 젊은층에 인기 높은 인사가 잇따라 클린턴 지지를 외치고 있다. 오바마가 ‘개인적 모욕’ 같은 강한 어조의 말을 사용한 것도 선거 판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2016 미국의 선택] 오바마 “흑인들 투표 안하는 건 나에 대한 모욕”
입력 2016-09-2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