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동빈 검찰 출두… 롯데그룹 쇄신 계기 돼야

입력 2016-09-19 18:20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한다. 지난 6월 검찰의 수사 착수 이후 3개월 만에 재계 서열 5위의 총수가 경영 비리 혐의로 포토라인에 서는 것이다. 롯데그룹으로선 1967년 창립 이래 처음이고, 재벌 총수로서는 2013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이어 3년 만의 일이다. 이는 롯데그룹을 겨냥한 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지난달 하순 그룹 2인자인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로 비리 사슬의 최종 연결고리가 끊기긴 했지만 검찰은 다른 자료 등을 무기 삼아 신 회장을 상대로 마지막 퍼즐 맞추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이다. 그는 롯데건설 등을 통한 비자금 조성,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알짜 자산 헐값 인수와 다른 계열사에 손실 떠넘기기, 특정 계열사 부당 지원, 친인척 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의혹을 조사받게 된다. 아무 업무도 하지 않은 채 등기이사로 이름만 걸어놓고 자신이 일본 계열사에서 매년 100억원대 급여를 수령한 것과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한국 계열사로부터 10년간 400억원대 부당 급여를 받은 부분도 추궁 대상이다. 검찰은 전체 횡령·배임 액수가 2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비리를 감추거나 떠넘기려 해선 안 된다. 수사에 최대한 협조해 잘못된 관행을 털어버리고 깨끗한 기업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검찰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선 안 될 일이다. 신 회장 유고 사태 시 롯데 경영권이 일본인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해서 비리가 확인됐음에도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면 국민적 비난을 받을 것이다. 엄정한 처리가 기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낯 뜨거운 골육상쟁이 자초한 이번 수사가 전근대적 재벌 행태를 바로잡고 선진적 지배구조를 갖추는 그룹 쇄신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롯데와 검찰 모두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