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단체들, 3국에 우회등록… 제재 칼날 피해

입력 2016-09-20 04:20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제재가 논의되지만 국제사회의 제재는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안보연구 기관인 C4ADS(Center for Advanced Defense)는 19일(현지시간) ‘북한 해외 네트워크의 진화’라는 보고서를 내고 “북한의 불법 활동에 연루된 단체의 대부분은 제3국이나 개인을 통해 등록하는 수법으로 제재를 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북제재 대상 중 91%, 유엔의 대북제재 대상 가운데 84%가 북한 단체지만 실제 북한의 불법 활동에 연루된 161개 단체 중 74%는 제3국을 통해 등록,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제재 대상에 오르면 곧바로 이름을 바꾸는 수법으로 벗어나고 있어 지속적인 감시와 신속한 명단 수정이 필요하다고 이들 연구기관은 제안했다.

아산정책연구원 등은 또 “지난 3월 현재 유엔의 특별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의 단체는 32개로 이란의 제재 대상 402개와 비교해 10분의 1도 안 된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제재 대상 수는 지난해 7월 이란 핵 합의 이후 제재가 해제된 400여개 단체를 제외한 것이다. 미 재무부가 지정한 북한의 특별제재 대상 97개도 이란의 제재 대상 규모에는 크게 못 미쳤다.

이들 기관은 스톡홀름평화연구소 조사 결과와 동아시아의 사업자등록 정보, 유럽선박 정보 시스템, 각국의 세관 정보, 실시간 위성 선박추적 자료 등 공개된 정보를 분석한 결과 북한의 불법 단체와 연루된 562개의 선박, 기업, 개인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같은 분석 기법을 통해 랴오닝 훙샹(Liaoning Hongxiang)이라는 중국의 한 중견 기업이 최근 5년간 북한과 거래한 5억 달러(약 5607억원)어치의 교역 내용을 검토한 결과 유엔이 금지한 ‘2중용도 물자’가 대거 포함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랴오닝 훙샹은 지난해 북한산 재료로 만든 유리 제품 249만1000t을 중국산으로 둔갑시켜 미국의 15개 기업을 통해 수출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금세탁을 한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우정엽 연구위원은 “북한이 제재를 회피하면서도 북한경제에 필수적인 무역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많은 중국 기업이 있다는 점이 규명됐다”며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개인에 대한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의 당위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우 연구위원은 또 “2005년 마카오의 델타방코아시아가 김정일의 사금고 노릇을 하다 제재를 받은 지 6개월 만에 사실상 파산한 것처럼 북한을 돕는 해외 네트워크는 약간의 정보가 알려지면 와해되기 쉽다”며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감시와 제재 명단의 신속한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관련기사 보기]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