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수백년 동안 우리의 삶과 같이 해온 한양도성을 온전히 지키고 가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유산으로서 한양도성의 가치를 후세에 올바르게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한양도성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출사표다. 역사를 전공해서인지 박 시장의 한양도성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박 시장 취임이후 2012년 9월 서울시는 한양도성의 역사성을 온전히 보존해 세계인의 문화유산으로 물려주기 위해 한양도성도감을 신설하고 2013년 10월 세계유산협약 이행을 위한 운용지침을 고려한 ‘한양도성 보존·관리 및 활용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는 성곽의 보수 및 보존, 국내외 학술대회 개최, 자료 및 연구총서의 발간, 홍보 및 교육, 한양도성 문화제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남산 예장자락에 곤돌라를 설치해 시민들과 관광객이 남산 정상에 쉽게 오를 수 있도록 하려던 계획을 최근 백지화한 것도 한양도성의 세계유산 등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박 시장은 자신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곤돌라 설치 백지화를 최종 결정하면서 상당히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서울시는 한양도성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시와 자치구, 관계기관, 시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보존·관리를 위해 노력한 결과, 2012년 11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올해 1월 문화재청과 함께 세계유산센터에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해 형식요건의 완전성을 확인 받았다.
이에 따라 올해 9∼10월 유네스코의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전문가의 실사를 거쳐 2017년 6∼7월 세계유산총회(WHC)에서 최종 등재여부가 결정된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는 것은 ‘특정국가, 지역, 단체, 개인의 유산에서 벗어나 인류가 공동으로 향유하고 보존하는 유산’이 된다는 의미다.
최재헌 건국대 교수는 “세계유산제도는 유산의 가치를 현재와 미래 가치로 재창출하는 중요한 수단이므로 등재뿐 아니라 문화의 정체성 구축과 함께 올바른 보존과 관리를 통해 미래 세대에게 문화유산을 물려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한양도성을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할 때 그 유산가치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고대의 고구려왕국의 도성형식에 기원을 두고 평양성과 개성도성의 연장선상에서 완성된 독창적인 한국 도성으로서의 위상과 형식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평지성과 산성의 구조가 결합된 성곽 내부에 궁궐과 종묘, 사직, 행정시설과 시장시설 및 주거지를 포함하고 있는 대규모의 도성유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둘째, 문루와 성곽의 원형이 잘 남아 있어서 축조 당시 조선시대 도성 형식의 전통과 문명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체 18.6㎞ 중 12.4㎞의 구간이 원형 또는 복원된 상태로 보존돼 있으며 나머지 구간 가운데 일부는 지하유적으로 전해온다. 특히 각 시기별로 축조 형태와 수리기술의 역사적 증거가 기록과 함께 실물과 유적으로 남아 있다.
셋째, 서울 한양도성의 입지는 풍수에 바탕을 두고 한반도의 지형체계를 고려해 결정되었으며 내사산(內四山)의 능선을 따라 성곽이 건설됐다. 아울러 석재로 축조된 성곽의 안쪽에 판축층을 조성하는 등 지형과 일체화된 축조기술을 보여주는 특별한 성곽 유형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넷째, 전국 각 지역 백성들의 공역으로 성곽을 축조할 당시 구간마다 축성에 참여한 장인들의 이름을 돌에 새겨 넣어 사람들과의 관계 및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한양도성을 대상으로 한 문학작품과 회화작품 등이 다수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코모스 전문가들의 실사 기간에 한양도성의 세계유산 등재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과 높은 관심, 그리고 보존·관리를 위한 역량을 보여주는 일이다.
서울시는 문화재청, 서울시교육청, 수도방위사령부, 가톨릭대학교 등 유관기관들과 한양도성 세계유산 등재 및 보존·관리·활용을 위한 민관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세계유산협약 기준에 따른 한양도성 보존·관리의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지난해 7월 한양도성 보존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올해 1월에는 시행규칙을 만들었다. 또 탐방로, 수목 등 시설관리 지침과 한양도성 주변 공공시설물 디자인 가이드라인 등 분야별 관리지침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서울시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한양도성 보존·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한양도성 전 구간 및 6개 성문을 정밀 실측해 도면화했고 연중 22개 변형구간을 정밀 계측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모바일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데 이어 올해 9월까지 한양도성 주변 CCTV 및 통합관제센터를 실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2013년 1월부터 현재까지 성벽 주변의 군사·공원·체육시설 등 100여건의 경관저해시설을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시민들이 한양도성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순성환경을 개선하고, 유산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현장 탐방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순성안내시설로는 다음 달 개관하는 혜화동(옛 시장공관) 한양도성 전시·안내센터를 비롯해 인왕산 순성안내쉼터, 말바위·숙정문·창의문 안내소 등 5개의 순성안내센터와 3개의 성문관리소, 한양도성 박물관이 있다. 흥인지문 옆에 위치한 한양도성박물관은 전시공간을 재구성하고 콘텐츠를 보강해 지난 6일 다시 문을 열었다. 복원작업이 진행중인 남산 회현자락 현장박물관은 2018년 12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김영수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민관이 함께 협력해 한양도성을 보존하고 관리해 나간다면 한양도성은 세계인과 더불어 그 가치를 나누고 배우며 향유하는 세계유산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유산 등재 요건은
모든 인류가 국경 넘어 보존·관리해야할 만한 탁월한 보편성 갖춰야
한양도성이 세계유산목록에 최종 등재되기 위해서는 세계의 모든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하고 관리해야할 만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갖추어야 한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란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것이거나 특정 국가만이 가지는 희소성뿐 아니라 국경을 초월해 보편성을 띠는 가치를 의미한다.
또 그 가치의 진정성(Authenticity)과 완전성(Integrity)이 충족되고 있음을 인정받아야 한다. 문화유산 보존의 가장 큰 목적은 온전한 것을 후세에 전해주기 위한 것으로 유산의 가치는 재료, 양식, 기술, 환경의 측면에서 진정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완전성은 문화유산과 그 속성의 흠이 없는 전체성(Wholeness)과 무손상성(Intactness)을 의미하며 유산 가치 구성요소를 모두 포함하는지, 적절한 규모인지, 무관심과 개발의 부정적 효과로부터 자유로운지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유산의 완전성과 진정성의 입증은 한양도성의 보존·관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보호 및 관리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유산 보존 상태를 분석하고, 유산구역과 완충구역의 경계를 확정하며 위협요인을 파악하고 대비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에 서울시는 시민과 더불어 한양도성을 통합적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한 체계를 마련하고, 한양도성의 유산구역과 완충구역에 대한 보호관리계획을 수립했다.
여기에는 법령, 조례 등 법적 제도적 관리제도와 종합정비계획, 일상 관리체계, 소유권, 관리재원 조달과 예산집행 현황, 전문가 활용 및 보존 관리 교육, 방문객 시설과 인프라 구축, 유산의 활용을 위한 제반정책과 프로그램 운영 등이 포함된다.
특히 지역 주민의 참여 정도와 경관의 조화로움을 위한 노력 등을 제시해야 한다. 시민들의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한 이유다.
서울시가 남산 곤돌라 설치계획을 백지화한 것도 세계유산으로서 한양도성의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세계유산 한양도성] 국민 힘 모아야 ‘인류 자산 리스트’ 오른다
입력 2016-09-20 18:15 수정 2016-09-20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