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38년 논란 결론내자] 강진 이후…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 급하다”

입력 2016-09-20 04:01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이 지난 12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월성원자력발전소 제1발전소 외부 건식 저장시설 앞에서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월성원전의 임시 저장시설은 총 저장 용량의 80%를 넘어서는 등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근 원전의 안전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원전 외부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 직접 눈에 띄는 데다 포화상태로 치닫는 임시 저장소를 계속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을 계기로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시설 건립 문제를 조속히 결론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진 당일 오전 찾아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전 1호기 내 습식 저장소. 팔목을 덮는 긴 장갑과 양말, 작업복과 안전모를 착용하고 저장소로 들어서자 깊은 수조 속에 보관돼 있는 사용후핵연료 다발이 눈에 띄었다. 길이 49.5㎝, 지름 10.2㎝의 핵연료 한 다발은 폐연료봉 37개 묶음으로 이뤄진다. 무게는 약 24㎏이다. 원자로가 있는 건물에서 핵분열에 쓰이고 난 폐연료봉들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곳으로 옮겨진다.

핵연료는 물속에서 최소 6년 이상 보관된다. 열을 식히는 작업이다. 냉각재인 물은 방사선이 외부로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차단한다. 물속에는 이런 핵연료 다발을 24개씩 담은 보관용기(트레이)가 쌓여 있었다. 하루에 15다발, 매주 110다발이 습식 저장소에 버려진다. 아직 우라늄 덩어리가 왕성히 활동 중이어서 약 661㎡(200평) 규모의 수조 내 폐연료봉은 물보다 더 진한 푸른빛이었다. 7.6m의 깊은 수심에도 핵연료 다발은 마치 손에 잡힐 듯 높이 올라와 있었다. 그만큼 꽉 차 있는 상태였다. 작업자들이 특수 기구를 이용해 다발을 옮기고 있었지만 비어 있는 공간이 거의 없어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습식 저장소에서 6년을 보낸 핵연료는 발전소에서 500m 떨어진 건식 저장소로 운반된다. 국내 유일 중수로형 원전인 월성원전에만 마련된 시설로, 1994년부터 가동됐다. 현재 월성원전에는 높이 6.5m, 직경 3m의 둥근 기둥 모양 ‘캐니스터’ 300기와 아파트 형태의 ‘맥스터’ 7기가 들어서 있다. 캐니스터 1기에는 핵연료 다발 540개가 들어간다. 이미 2010년 포화돼 현재 16만2000다발의 핵연료가 꽉꽉 차 있는 상태다. 높이 6.5m, 두께 1m의 콘크리트 사일로(저장고·캐니스터)가 그대로 지상에 노출돼 있는 모습은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어 찾은 건식 저장소에선 이송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습식 저장소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실은 트럭이 건식 저장소 입구로 들어서자 보안문이 열렸다. 트럭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안전요원이 방사선을 측정했다. 부유물이 떨어졌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맥스터 바로 옆에 설치된 크레인이 사용후핵연료가 담긴 용기를 맥스터 내로 집어넣고 이중 봉인하는 데 총 1시간이 걸렸다. 10단계의 봉인, 보안 작업을 거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다.

그런데 이들 저장소에 남은 자리는 많지 않다. 농축우라늄을 쓰는 경수로와 달리 매일 연료를 교체해야 하는 중수로 원전인 월성에서는 해마다 5000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쏟아져나온다.

지난 6월 30일 기준으로 월성 1∼4호기의 습식 저장소는 총 82%, 건식 저장소는 84%가 찼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건식 저장시설인 맥스터를 7기 더 건설한다는 방침이지만 경주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이 반대하고 있다. 종착지를 찾지 못한 핵폐기물은 그렇게 임시 저장소에 하염없이 쌓이고 있었다.

결국 야외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건식 저장시설의 불편한 이미지와 지진의 공포가 중첩되면서 주민들 사이에선 사용후핵연료 영구 저장시설이 해법이라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경주시 감포읍 발전협의회 김승욱 국장은 "에너지 수급에 있어서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엔 공감하지만 고준위 폐기물 문제는 임시변통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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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글·사진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