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만 해도 가을야구를 향한 중위권 팀들의 순위싸움은 한치 앞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한순간에 흐름이 바뀌었다. LG 트윈스는 “한가위만 같아라”였다. 4연승을 구가하며 2년 만의 가을야구를 사실상 예약했다. 반면 SK 와이번스는 추석 연휴가 ‘악몽’이었다. 한 시즌 최다인 8연패를 당하며 가을야구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LG는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5대 0 완승을 거뒀다. 주장 류제국이 선발투수로 등판해 9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완봉승을 거뒀다. 타선에서는 박용택이 올 시즌 169번째 안타를 때려내며 2009년 세운 개인 한 시즌 최다 안타(168개)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날 승리로 67승 1무 66패가 된 LG는 그토록 갈망하던 5할 승률을 넘어섰다.
LG는 최근 상승세로 5위 KIA 타이거즈와의 승차를 2.5게임까지 벌렸다. 6위 SK와는 4.5게임차다.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LG는 올 시즌 전반기를 34승 1무 45패로 마쳤다. 당시 순위는 8위였다. 가을야구는커녕 일부 팬들을 중심으로 양상문 감독 퇴진 운동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후반기 33승 21패라는 대반전을 일으켰고, 순위를 4계단이나 끌어올렸다.
지난해 리빌딩 과정을 거치는 동안 LG는 심한 마음 고생을 했다. 성적은 9위까지 떨어졌고, 가을야구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올해는 다르다. 기대했던 리빌딩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김용의 이천웅 채은성 양석환 등이 1군 무대에서 번갈아가며 활약 중이다. 이날 경기에서는 양석환이 선제 스리런포를 쏘아 올렸고, 채은성이 2타수 2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허프는 지난 7월 뒤늦게 합류했지만 5승 2패 1홀드에 평균자책점 3.58로 선발 마운드에 안정감을 실어줬다. 주장 류제국은 후반기에만 8승 2패를 거두며 제 몫을 다했다. 임정우는 특급 마무리로 거듭났다. 후반기 세이브 15차례 세이브 상황에 등판해 14세이브를 챙겼다.
반면 SK는 같은 날 리그 2위 NC 다이노스에 13대 7로 져 충격의 8연패에 빠졌다. 선발로 나선 외국인 투수 브라울리오 라라가 1⅓이닝 만에 6피안타 2볼넷 7실점(6자책)을 내주고 강판됐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불펜투수들도 하나같이 무너졌다.
SK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추석 연휴 직전인 11일까지만 해도 리그 4위는 SK였다. 살얼음판 순위싸움 속에서 LG와 KIA를 0.5경기 차로 앞섰다. 이달 초에는 6연승을 달리며 ‘가을 DNA’가 살아나는 듯했다.
그런데 한 순간에 무너졌다. 그것도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연패 수렁에 빠졌다. 추석 연휴기간 동안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는커녕 7위 한화 이글스에 0.5경기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지난 10일 한화전에서 14점차 대패를 당한 게 뼈아팠다. 이제 SK는 시즌 144경기 중 단 6경기만 남겨뒀다. 5강행도 힘든 상황이다. SK는 마운드가 붕괴됐다. 8연패를 당하는 동안 SK 투수들은 경기당 평균 8.9점을 내줬다.
KIA는 한화를 3대 1로 꺾고 3연패에서 탈출하며 5위 자리를 사수했다. 이로써 KIA가 가을야구 마지막 티켓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선발투수 고효준이 4⅓이닝 5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잘 버텨줬다. 이후 김기태 감독은 박준표 한승혁 김진우 임창용 등 불펜투수들을 차례로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결국 7회초 대타 최원준과 김호령의 연속 안타, 이범호의 고의4구 출루로 주자 만루기회를 잡았고, 윤규진의 폭투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브렛 필의 희생 플라이로 한 점을 더 보태며 승리를 가져갔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프로야구] LG “얼씨구∼” vs SK “어이구∼”… 한가위 뒤바뀐 운명
입력 2016-09-1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