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터널에 갇힌 한국… 내년도 2%대 머무를 듯

입력 2016-09-18 19:30

한국 경제가 좀처럼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경쟁력이 중국에 밀려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데다 내년에도 성장률이 2% 중반대에 머물면서 장기 저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18일 ‘세계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 주력품목의 경쟁력 국제비교’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등 13대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한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점점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3대 수출품목 세계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3%로 2011년 5.7%에서 소폭 하락했다. 반도체와 일반기계, 컴퓨터를 제외하면 나머지 품목은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평판디스플레이와 선박은 같은 기간 4.73% 포인트, 3.34% 포인트 각각 떨어지는 등 점유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무협 관계자는 “향후 수요 증가에 따른 주력품목 수출 회복을 위해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이 기간 주력 수출품목 세계시장 점유율이 15.2%에서 18.3%로 올랐다.

제품 경쟁력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 성장률도 비상등이 켜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2017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성장률이 2.6%에 그치면서 2015년(2.6%) 이후 3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성장률은 2.5%로 예상했다.

더딘 회복세는 민간소비 부진 때문이다. 올 하반기부터 시작된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시장 악화, 공급과잉으로 인한 부동산 경기 둔화 가능성, 가계부채 부담 등이 소비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현경원은 “내수기반 강화를 위해 가계의 소비심리 회복과 가계부채 문제 연착륙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시장도 해빙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은 취약업종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인력 감축, 기업들의 신규 채용 여력 감소 등으로 내년에도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경원은 내년 실업률이 3.9%로 올해(3.7%)보다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는 부동산 과잉공급과 가계부채 관리, 9년 만에 최저 수준인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규모로 인해 건설투자 감소가 우려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