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원철 목사·박성근 전 몽골 농구국가대표 감독 “남북관계 냉랭해도 스포츠 교류는 계속돼야”

입력 2016-09-18 19:59
김원철 여의도순복음소하교회 목사(오른쪽)와 박성근 감독이 지난 13일 국민일보를 방문해 몽골 칭기즈칸컵 국제농구대회 소식을 전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몽골 칭기즈칸컵 국제농구대회 시상식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찍은 사진. 빨간색 유니폼이 북한 선수. 박성근 감독 제공
김원철(65) 여의도순복음소하교회 목사의 목소리는 들떠있었다.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해법을 봤다고 했다.

몽골국가대표팀 농구 감독을 지낸 박성근(57) 감독과 함께 지난 13일 국민일보를 찾은 김 목사는 “최근 ‘몽골 칭기즈칸컵 국제농구대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경기하고 기념 촬영을 했는데, 그 모습을 보며 지금 필요한 것이 스포츠 교류라고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회는 지난 7∼11일 몽골에서 열렸다. 한국 북한 러시아 중국 몽골 등 5개국에서 8개 팀이 참가했다. 한국에선 ‘이글스 농구단’, 북한에선 ‘425 체육단’이 출전했다. 이글스 농구단은 여의도순복음소하교회가 최근 만든 팀이다. 몽골에서 돌아온 박 감독이 창단을 주도했고 김 목사가 적극 도왔다.

남북한 선수들은 둘째 날 열린 예선전에서 맞붙었다. 준결승부터는 토너먼트였지만 예선은 리그로 진행됐다. 결과는 100대 69로 남한팀의 대패. 그러나 최종 결과에서 남한팀은 은메달을 땄지만 북한 팀은 순위권 밖이었다.

박 감독은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두 팀이 시상식을 마치고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는 것”이라며 “그 모습에 감격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인 몽골은 남북한 화해를 기원하며 시상식에서 남북한 선수 기념촬영을 순서에 넣었다. 박 감독은 “북한 선수들 얼굴이 확연히 달라졌다”고 했다. 선수들이 웃었고 표정은 밝았으며 파이팅도 함께 외쳤다고 설명했다.

“7일 첫날 경기에서는 분위기가 아주 냉랭했어요. 우리 팀을 아예 짓누르겠다는 표정이었지요. 그런데 같이 땀 흘리고 부딪치다 보니 같은 사람,동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기념 촬영을 본 관객들도 손뼉을 치고 뜨겁게 환호했어요.”

박 감독으로부터 현지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전해 들었다는 김 목사는 “1971년 미국 탁구선수단이 중국을 방문해 양국 교류의 물꼬를 튼 ‘핑퐁외교’처럼 현재의 남북 긴장도 스포츠 교류를 통해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지난해 3월 ㈔한반도평화통일재단을 설립했다. 독일 통일의 기폭제로 평가받고 있는 월요기도회를 본떠 교회에서 월요기도회를 실시하고 있다.

“통일 이야기를 꺼내면 북한은 우리가 흡수 통일할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우리는 북한이 무력으로 통일하려고 한다고만 생각해요. 그러다보니 통일을 향해 한 걸음 떼기도 쉽지 않아요. 그래서 무엇보다 화해가 필요한데, 가장 좋은 방법이 스포츠입니다.”

박 감독은 “스포츠 교류의 필요성을 다 아는 것 같지만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비록 일개 실업팀의 감독에 불과하지만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다짐했다.

글=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