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무장 흑인, 경찰에 또 피격 사망

입력 2016-09-18 18:11

지난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몸살을 앓은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흑인 남성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같은 날 필라델피아에서는 경찰관을 혐오하는 흑인 남성이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켜 ‘흑인 대 경찰’이라는 갈등의 골은 깊어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ABC방송은 16일 오후 8시쯤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흑인 남성 테렌스 크러처(40)가 비무장 상태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당시 경찰은 도로에 멈춘 차량에 접근하다가 다른 방향에서 걸어오던 크러처를 발견한 뒤 “손을 머리 위에 올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크러처가 지시에 따르지 않자 총을 쐈다. 털사에서는 지난해 4월 불법 총기판매 혐의를 받던 흑인 에릭 해리스가 예비역 부보안관 로버트 베이츠의 총에 숨져 논란이 됐다.

크러처의 유족은 경찰관의 몸에 부착하는 카메라 ‘보디캠’ 영상 공개를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은 19일 기자회견까지 현장에서 발견된 어떤 물품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진 매켄지 경찰 대변인은 “경찰관은 상황에 따라 공권력을 사용할지 안 할지 선택한다”고 말했다. 털사 경찰은 크러처를 쏜 경찰관의 이름과 인종을 공개하지 않았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는 20대 흑인 남성이 총을 난사해 시민 1명이 숨지고 경찰 2명과 행인 3명이 다쳤다. 용의자인 니콜라스 글렌(25·사진)은 그 자리에서 사살됐다. 총격은 오후 11시20분쯤 시작됐다. 글렌은 순찰차에 있던 실비아 영 경사를 향해 총 18발을 쐈다. 영 경사는 팔과 가슴에 총을 맞았으나 방탄조끼 덕분에 죽지 않았다. 이후 글렌은 근처 술집에 5발을 쏴 술집 경비원과 여성 1명이 다쳤다. 근처 차량에도 14발을 발사해 차에 타고 있던 25세 여성이 숨졌다.

리처드 로스 주니어 필라델피아 경찰국장은 “글렌은 서부 필라델피아의 마약판매상이며 2009년에는 집단 성폭행 혐의로 체포돼 복역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발견된 글렌의 메모에는 경찰관과 보호관찰관을 향한 증오가 담겨 있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