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연휴 하역 겨우 2척… 해외업체, 빈자리 노리고 투입

입력 2016-09-19 00:00

추석 연휴가 지나는 동안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이 사태 해결에 속도를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이 실려 있는 선박 중 비정상 운항을 하는 컨테이너선은 1주일간 불과 1척만 감소했다. 하역비 조달 방안은 여전히 미완성이고 글로벌 ‘해운공룡’이 한진해운의 빈 자리를 노리고 들어오면서 물류대란이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첩첩산중인 상황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55척이던 한진해운의 비정상 운항 컨테이너선은 17일 54척으로 1척 줄었다. 지난 12일에는 56척으로 오히려 늘기도 했다. 화물이 실려 있어 정부가 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선박 기준으로 가압류, 입출항 불가, 공해상 대기 상태를 합친 수치다. 10∼17일 관리 대상 선박은 74척에서 69척으로 5척 줄었지만 비정상 운항 선박 수는 제자리걸음을 보인 셈이다.

관리 대상 선박 중에서도 하역이 시급해 집중관리 대상으로 분류된 컨테이너선만 놓고 보면 17일 기준 34척으로 지난 10일 41척과 비교해 7척 감소하는 데 그쳤다. 추석 연휴가 시작된 14일 이후 집중관리 대상 선박 중 추가로 하역을 완료한 배는 2척이었다.

정부는 추석 연휴에도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해법 마련을 모색했다. 미국 뉴저지주 연방법원의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 승인으로 10일부터 ‘한진 그리스호’의 미국 롱비치항 하역이 재개되는 등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물류난 해결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18일 “미국 뉴욕, 싱가포르, 멕시코 만잘리노 등에서도 다음주 초 하역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주 초 해운업계 간담회를 열고 국내로 복귀할 예정인 선박 처리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기로 했다. 또 8차 합동대책회의를 개최해 관리 대상으로 분류한 개별 선박의 상황과 처리 방안, 중소화주 지원 방안을 점검할 계획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난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 총 1700억원으로 추산되는 하역비를 마련해야 한다. 이마저 법원이 물류난 해소에 필요하다고 추산한 최소 금액이어서 선박을 거점 항만으로 옮겨 하역 작업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은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재 400억원 출연을 단행했고,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은 100억원대 사재 출연 집행을 약속했다. 해외 터미널 지분과 대여금 채권을 담보로 한진그룹이 지원키로 한 긴급자금 600억원은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진통 끝에 결의됐다. 이들 자금 1100억원이 모두 지원된다 해도 필요한 하역비 1700억원에서 600억원이 부족하다.

게다가 세계 1, 2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는 지난 15일부터 한진해운이 단독으로 운항하던 미주노선 3곳 중 2곳에 선박을 투입했다. 정부가 뒤늦게 물류대란 수습에 나서는 동안 ‘황금노선’을 해외 선사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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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