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화장실에서 용변 보는 여성을 훔쳐본 남성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상가 화장실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상 ‘성적(性的) 목적의 공공장소 침입행위’에 규정된 ‘공중(公衆)화장실’이 아니라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법률로 규정된 범죄만 처벌할 수 있다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판결이라는 평가와 함께 일반인의 법 감정과는 괴리가 심하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A씨(35)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7월 전북 전주의 한 음식점 실외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20대 여성을 훔쳐본 혐의로 기소됐다. 이 화장실은 음식점이 입점한 상가의 계단에 있었다. 성폭력처벌법 제12조는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 규정한 공중화장실에 침입한 사람을 처벌토록 규정한다.
1심과 2심은 “사건이 일어난 화장실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는 공중화장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법은 ‘공중이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장, 법인이나 개인 등이 설치한 화장실’ 등을 공중화장실로 규정한다. 공공기관에 설치된 ‘개방화장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에서 일시적으로 설치된 ‘이동화장실’ 등도 공중화장실에 포함된다. 하지만 A씨가 범행을 저지른 화장실은 ‘음식점 주인이 불특정 다수의 손님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화장실’이므로 공중화장실이 아니고,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법조계에서는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성폭력처벌법이 아니라도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형법상 건조물 침입 혐의 등을 적용해 처벌할 수는 있다”면서도 “상가 화장실에서 벌어진 성범죄를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법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공중화장실 범위를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화장실’로 확대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양민철 기자
大法 “상가 화장실서 여성 훔쳐본 남성 무죄”… “국민 상식과 괴리” 비판 거세
입력 2016-09-18 18:21 수정 2016-09-18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