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억 아파트 사는 ‘스폰서 검사’ 기프트카드 뒤지는 검찰

입력 2016-09-19 00:01
스폰서 파문으로 대검찰청 특별감찰팀(팀장 안병익 서울고검 감찰부장)의 부름을 앞둔 김형준(46) 부장검사는 급전 1500만원을 구할 곳이 없어 전전긍긍할 형편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검사는 2014년 4월 47억원을 들여 현재 주거지인 서울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를 매입했다. 서울 강남에서도 최고급으로 유명한 이 아파트는 2013년 LG전자 헬기 충돌사고가 일어났을 때 취재진의 접근이 제한됐던 곳이다.

백부로부터 증여받은 농지가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지만, 김 부장검사 내외의 자산은 이 아파트만으로도 30억원이 넘는다. 국내 한 시중은행이 거래가액의 3분의 1도 안 되는 14억4000만원의 근저당권만 설정해뒀을 뿐이다. 채무자는 박희태(78) 전 국회의장의 딸이자 김 부장검사의 아내인 박모(41)씨다. 국회의원 출마까지 생각해 왔다는 김 부장검사는 부동산 권리 관계에 이름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김 부장검사 내외는 2013년 8월부터 현대아이파크 내 다른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았는데, 그때 전세권자도 박씨였다.

김 부장검사가 현대아이파크에 살기 시작한 시기는 특별감찰팀의 전방위 계좌추적 기간에 포함돼 있다. 특별감찰팀은 김 부장검사와 ‘스폰서’를 자처한 중·고교 동창 김모(46)씨의 2012년 5월부터 현재까지 입출금·대출·수표·보험·외환 등 모든 금융거래 내역을 각각 확보해 분석 중이다. 김 부장검사는 부인하지만 김씨는 김 부장검사를 위해 수억원을 썼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미래에는 거꾸로 김 부장검사가 자신의 스폰서가 돼줄 것으로 기대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검찰은 평시에도 간부들의 재산 증식 과정을 면밀히 심사하겠다는 자체 개혁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특별감찰팀은 추석 연휴에도 김씨 등 참고인을 계속 소환조사했고 계좌·통신자료 분석에 집중했다고 18일 밝혔다. 김 부장검사에게 뇌물수수 죄명을 적용해둔 특별감찰팀은 차명거래를 포함해 촘촘하고 객관적인 자금 흐름을 구성해낸 뒤에 출석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특별감찰팀은 김 부장검사가 김씨 측으로부터 법인카드나 기프트카드를 얻어 썼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권을 상대로 김씨, 김씨가 운영해 온 게임개발·유통업체 J사 명의의 신용·체크·직불·기프트카드 등의 정보를 다각도로 파악하고 있다. 각종 카드의 개설신청서, 카드 사용과 관련된 전표, 카드대금 결제 자료 등이 모두 압수수색 대상이 돼 있는 상황이다.

특별감찰팀은 김 부장검사에 대해 지난해 10월쯤부터의 카드 결제 등 내역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감찰팀이 주목하는 금융거래 가운데 기프트카드는 과거 모뉴엘 사건 등에서 신종 뇌물 수법으로 등장했었다. 기프트카드를 뇌물로 받은 이들이 또 다른 이들에게 용돈을 주듯 카드를 다시 넘기기도 했고, 이때 은행에서 잔액을 현금화했다가 인출자 명의가 남아 검찰에 꼬리를 밟힌 사례도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