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9일 5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폭발력은 TNT 10㏏의 위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1차 핵실험은 0.8㏏, 2차는 3㏏, 3차와 4차는 6㏏ 위력을 가졌다. 점점 위력이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탄의 위력은 15㏏이다. 조만간 북한 핵의 위력은 히로시마를 넘어설 듯하다.
북한은 핵무기연구소 성명을 통해 5차 핵실험의 성공을 공식 발표했다. 핵무기연구소는 최근에 만들어진 정부 기구로 보인다. 지금까지 네 차례 핵실험은 당의 기구인 군수공업부가 담당했다. 핵에 대한 총괄 운용은 군수공업부에서 하지만 핵무기 기술 분야는 핵무기연구소에서 관장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핵무기연구소는 표준화·규격화된 핵탄두의 구조·동작·특성·위력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5차 핵실험이 핵탄두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화 시험이었음을 보여준다. 핵무기연구소는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 조치를 계속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300㎏, 500㎏, 700㎏, 1000㎏ 등 소형화된 맞춤형 핵탄두 개발을 예고한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은 다목적 의도를 가진 듯하다. 첫째는 기술적으로 핵보유국임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핵보유국의 경험적 사례에 비춰보면 5차례 핵실험으로 핵무기 소형화를 이끌 수 있다. 둘째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군사적 지도자상을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지도자상을 과시하려는 의도다. 셋째는 핵무기에 대해서는 중국으로부터도 자유롭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의 ‘북핵불용’에 대해 ‘핵 없는 조선은 없다’는 선대의 유훈으로 맞서는 느낌이다. 넷째는 대북 제재 무용론을 확산시키려는 것이다. 국제사회를 향해 대북 압박제재의 결과는 핵능력 고도화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다.
향후 북한의 행보는 강 대 강의 맞대응을 지속하거나 일정 기간 관망하다가 유연한 자세로 나올 수도 있다. 강 대 강은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제재결의안이 채택되고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미국의 추가 제재가 이뤄지면 6차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맞대응이 예상된다. 일정 기간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저강도로 대응하다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대화 제의를 통한 국면 전환을 꾀할 수 있다.
미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하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할 수도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2000년 12월 방북 약속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송환을 제안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에게는 핵·미사일 실험 유예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측근그룹의 평양 초청을 제의할 수도 있다. 물론 미·북 접촉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과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남북대화를 제의할 수도 있다.
박근혜정부는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개성공단 사업을 중단했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의 대북 제재 공조는 약화되고 있다. 정부는 대북 제재 6개월이 지나면 제재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자신했다. 작금에 있어 대북 제재 효과는커녕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만 보인다. 한·미의 북핵 정책은 실패했다. 박근혜정부의 ‘선 비핵화, 후 남북관계’는 북한의 비핵화도, 남북관계 개선도 이끌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인 인내’는 한·미·일 공조는 이끌었지만 북한의 비핵화는 이끌지 못했다.
대화는 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강함의 표시다. 우리의 강점은 압박이 아니라 대화다. 오바마 행정부의 임기는 연말까지다. 박근혜정부는 1년 반 남았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안정은 앞으로의 1년 반이 중요한 기간이다. 박근혜정부가 안보를 포괄하는 국가 이익의 전략적인 접근을 한다면 역사에 남는 정부가 될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한반도포커스-양무진] 북한의 5차 핵실험 의도와 전망
입력 2016-09-18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