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빅뱅’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은 금융서비스 전 영역의 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스마트폰 대중화에 맞춰 ‘내 손안의 은행’을 표방한 모바일 플랫폼 경쟁이 치열하다. 로봇이 금융상품을 어디에 투자할지 추천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도입됐고, 고객들은 은행 창구에 가지 않고 홍채나 지문 등의 생체정보를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접하고 있다.
치열한 핀테크 경쟁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 모바일뱅킹 이용 건수(하루 평균)는 5284만건, 이용금액(하루 평균)은 3조786억원으로 1분기보다 각각 3.3%와 6.3% 증가했다. 입출금과 자금이체 거래를 채널별로 비교해 보면 인터넷뱅킹을 활용한 비중이 전체의 40.2%를 차지해 자동입출금기기(ATM) 비중(38.2%)을 넘어섰다.
은행들은 스마트폰을 생활의 중심에 두고 있는 고객들에게 맞춤형 모바일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우리은행이 모바일은행인 위비뱅크를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불과 1년 만에 신한은행(써니뱅크) KEB하나은행(원큐뱅크) 기업은행(아이원뱅크) KB국민은행(리브뱅크) NH농협은행(올원뱅크) 등 주요 은행들이 비슷한 유형의 플랫폼을 구축했다.
위비뱅크는 은행권 최초의 중금리대출로 주목을 받았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8개국에서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은행들의 모바일 플랫폼 대부분이 중금리대출과 환전, 해외송금, 자산관리서비스 등의 기능을 탑재해 ‘내 손안의 은행’을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고차 시세 확인, 맛집 검색, 공과금 납부, 일정관리 기능 등 생활서비스로 모바일 플랫폼의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이는 생체 정보를 활용해 본인 인증을 하는 금융서비스와 연결된다. 모바일에서 지문 인증으로 계좌이체가 가능해지고, 홍채 인증을 통해 공인인증서 없이도 금융계좌에 로그인한 후 계좌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핀테크 기업과 은행과의 협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7개사)에 이어 올해도 퓨처스 랩을 통해 16개 핀테크 기업과 공동사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P2P 대출과 외환송금 등으로 협력했다면, 올해는 로보어드바이저, 빅데이터, 가상현실(VR) 등으로 더 다양한 공동사업을 펼치고 있다. KB금융의 KB핀테크허브센터, 기업은행의 핀테크 드림지원센터, KEB하나은행의 원큐 랩, NH농협은행의 NH핀테크 지원센터도 같은 성격의 핀테크 기업 육성프로그램이다. 업체의 성장단계에 따라 맞춤형 금융지원과 창업상담 등의 역할을 하며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을 둔 신용평가모델, 블록체인(디지털 화폐 거래) 기술을 활용한 해외송금 서비스 등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편의점, 은행이 되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은 기존 금융서비스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형태의 거점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편의점이다. 은행 지점이 줄어들면서 편의점이 이를 대체할 금융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본인가를 준비 중인 케이뱅크는 주주사로 참여하는 GS25의 편의점에 ATM 1만개를 설치해 계좌 개설과 금융상품 가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주사인 우리은행 ATM까지 활용하면 은행 지점 없이도 각종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케이뱅크 측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5일부터 편의점 위드미에서 체크카드 등을 활용해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캐시백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ATM이 없는 편의점에서도 10만원 한도 내에서 현금 인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일본 금융권에서는 편의점을 활용한 금융서비스가 정착돼 있다. 일본 세븐은행은 1만8000곳 이상의 세븐일레븐 점포를 이용해 ATM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ATM으로 입출금 및 송금, 카드론뿐 아니라 정기예금 가입, 해외송금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간편결제와 송금,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시스템, 은행권과 차별화된 중금리대출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되면 은행의 모바일 플랫폼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글=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일러스트=전진이 기자
[국민미래포럼] ICT 융합, 금융질서를 바꾼다
입력 2016-09-18 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