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가만 있으라” 포항·부산 등 학교들 안전 불감증

입력 2016-09-14 00:02

세월호 참사 등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했다.

규모 5.8의 ‘역대급’ 지진이 12일 밤 야간자율학습 시간 경주, 포항 등 학교를 강타했지만 일부 교사는 “가만있으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으로 드러났다. 한 고교는 “수시모집 원서를 작성하느라 학생들을 대피시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교육 당국이 내세우는 ‘학생 안전 최우선’은 ‘헛구호’에 불과했다.

경북 포항의 A고교 교감은 13일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재난대응 훈련을 하긴 하지만 진지하게 임하지 못했다. 이번 지진에서 매뉴얼대로 하지 못해 학부모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고교에서는 지진이 발생한 12일 밤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었다. 첫 진동이 느껴졌을 때 교사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일부 교사는 공포에 질린 학생들에게 “그냥 공부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학교는 2차 진동이 오고 나서야 학생들을 운동장으로 이동시켰다.

지진 매뉴얼에는 진동이 느껴지면 일단 학생들을 책상 아래 등으로 몸을 숨기도록 해야 한다. 진동이 가라앉으면 즉시 운동장으로 대피하도록 한다. 이 학교 3학년 학부모는 “어른들도 공포스러웠는데 아이들은 오죽했겠는가”라며 “세월호 같은 대형 참사를 겪고도 전혀 바뀐 게 없는 교육 당국과 학교가 지진보다 더 무섭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고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부산의 한 고교는 첫 진동 후 1, 2학년은 귀가시켰지만 3학년은 야간자율학습을 강행했다. 학교가 학부모에게 발송한 문자메시지에는 ‘자율학습은 평소와 같이 진행한다. 마치는 시간도 평일과 같다’고 돼 있다. 다른 고교에서는 지진이 왔지만 수시모집 원서를 작성하기 위해 고3 학생들은 교실에 남기고 1, 2학년만 대피시켰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음주 중으로 현장 실사를 나갈 계획이다. 학부모 불안감은 알지만 징계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현장이 (재난 대처에) 몸에 배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교 건물은 지진에 무방비다. 이런 건물에 학생 대다수가 생활하고 있어 큰 지진이라도 발생한다면 대형 참사를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내진성능을 확보해야 할 학교시설은 전국에 3만1797동이다. 하지만 내진성능이 확보된 건물은 7553동(23.8%)에 불과했다. 나머지 2만4244동(76.2%)은 내진성능이 없었다(표 참조). 제주가 14.0%로 가장 취약했고 전북 16.9%, 경북 18.0%, 전남 18.9%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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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