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민심… 북풍 불까? 역풍 불까?

입력 2016-09-14 00:00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지진 관련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안전처의 안이한 대처를 지적하고 있다. 왼쪽은 전해철 최고위원. 윤성호 기자

돌발 이슈가 추석 민심을 덮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강행과 지진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문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논란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문제 등 불씨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여권에 불리한 이슈들이 상대적으로 많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권이 마음 놓을 상황도 아니다. 그래서 여야 모두 추석 민심을 차지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추석을 통해 모아진 여론이 가을 정국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북핵 실험은 대체적으로 여권에 유리한 이슈였다. 안보 위협을 느낀 보수층은 결집하고 대북 포용정책을 펼쳤던 진보세력의 목소리는 잠시나마 작아지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나 이번 북핵 실험은 여권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13일 “경제가 힘들고, 우병우 수석 문제도 풀리지 않는 상태에서 북한이 핵실험마저 하니 민심이 흉흉하다”고 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다른 새누리당 의원은 “북핵 위기 대응을 위해 청와대를 찾은 두 야당 대표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등 딴죽 거는 모습을 보여줘 야당에 실망하는 국민이 많다”고 주장했다.

갑자기 발생한 지진도 추석을 달굴 이슈다. 특히 지진은 여권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안전처를 비롯한 정부의 안이한 대응은 민심 악화를 불러왔다. 여기에다 강진이 발생한 경주에 있는 월성원전의 안전성 문제는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여권은 추석 전후에 지진과 원전 등을 둘러싼 괴담이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사드 배치 문제는 찬반이 확연히 갈리는 이슈라 추석이 지나더라도 여론이 한쪽으로 모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여권에 확실히 불리한 화제는 우 수석 거취 논란과 김 장관 해임건의안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 3당 대표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우 수석 문제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이니 지켜봐 달라”고 했으나 아직도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을 교체하지 않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이 더 많아 보인다.

‘황제 전세’ 논란에다 부적절한 글을 대학 동문회 밴드에 올린 김 장관 해임건의안 문제도 꺼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추석 이후 제출할 전망이다.

추석 민심을 잡기 위해 여야 대표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을 방문해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과 관련, “명절 예외기간 지정 등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어 탈북 청소년들의 사회 정착을 돕는 서울 중구 여명학교를 찾았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서울 용산역에서 추석 귀성인사를 했고, 이후 경기도 성남 남한산성시장을 방문해 시장 상인들,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 역시 서울 용산역에서 추석 귀성인사를 했다.

하윤해 문동성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