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56·사진). 홍익대에서 도시계획 및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미국 뉴욕의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사진을 전공한 그는 1990년대 연예인 광고사진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영애를 모델로 한 ‘헤라’ 화장품과 송승헌 소지섭의 의류브랜드 등으로 광고의 판세를 바꾸었다는 평을 들었다. 잘 나가던 그는 2000년대 추상회화 같은 풍경사진에 빠져들었다.
세계 곳곳의 광활한 자연, 소소한 건물의 풍경을 한 폭의 추상화처럼 촬영하던 그는 수년 동안 해외에 머물면서 외부에서 바라본 한국성, 한국미학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김홍남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권유로 2년 전부터 한옥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경북 안동 도산서원과 전남 담양 소쇄원 등을 쫓아다녔다.
어느 겨울, 그가 발견한 것은 흰 대지 위에 슬며시 드러난 한국 건축의 여백이었다. 자연의 흔적과 문명의 역사가 흰 눈 사이로 어우러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마당과 실내를 이어주는 마루, 아기자기하게 쌓아올린 돌담, 수려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기와의 흐름은 수묵화의 단아한 조형미를 연상케 했다. 이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한지에 인화했다.
그렇게 작업한 작품들을 서울 성북구 최순우 옛집에서 ‘김우영 사진, 우리 것을 담다’라는 타이틀로 10월 8일까지 선보인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고 보존하는 데 평생을 바친 혜곡 최순우(1916∼1984)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전시다. 최순우 옛집은 혜곡이 76년부터 숨질 때까지 살던 집으로 한국의 미에 대한 그의 정신이 김우영의 사진과 조우하고 있다.
전시된 사진은 흑백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컬러 작품이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은근한 미적 감각을 드러내고 있다. 눈 덮인 겨울 한옥은 소박하면서도 넉넉한 이미지의 달항아리를 떠올리게 한다.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둥그런 원을 그린 것도 아닌 이 어리숙하면서 순진한 아름다움에 정이 간다”고 했던 혜곡의 말처럼.
최순우 옛집 안마당과 뒷마당의 나무는 사진 속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마치 산속 깊은 곳에 있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힌다. 집의 보와 기둥이 벽을 가로지르며 공간을 분할하는 방법으로 문이 있는 한쪽 벽면을 촬영한 작품 ‘도산서원Ⅰ’은 혜곡의 저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분위기를 선사한다.
작품은 가로 세로 2m 가까이 되는 병풍을 비롯해 대부분 큰 사이즈다. 작가는 “한옥은 선이 강해 자칫하면 작품이 묻힐 수 있고 관람객들이 마당에서도 집안에 걸린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대작 위주로, 선과 면 그리고 여백이 공존하는, 누가 봐도 김우영의 사진인줄 알 수 있는 작품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02-3675-3401).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최순우 옛집에서 만나는 ‘한국의 美’… ‘김우영 사진, 우리 것을 담다’ 展
입력 2016-09-18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