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위협 좌시하지 않겠다” 확고한 경고

한·미 군 당국이 13일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한반도에 전개한 것은 북한에 핵 위협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B-1B가 한반도에 공개적으로 출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막강한 파괴력을 지녀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초음속 폭격기 B-1B는 태평양상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를 이륙한 지 4시간 만인 오전 10시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B-1B 1대가 굉음과 함께 오산 공군기지 동쪽 상공으로 진입했다. 길이 40m가 넘는 날렵한 모습의 B-1B는 고도 약 300m의 저고도 비행으로 수십초 만에 기지를 통과했다. B-1B 양쪽에는 한국공군 F-15K 2대씩 4대가 엄호비행을 했다. 이어 약 1.5㎞의 간격을 두고 두 번째 B-1B가 진입했다. 양쪽에는 미군 F-16 전투기가 2대씩 4대가 호위비행했다.

B-1B는 평균 속도 마하 1.2, 최고속도 마하 2로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폭격기로 불린다. 괌 기지에서 출격해 최고속도로 비행하면 2시간 만에 한반도에 도착한다.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 가운데 하나인 B-1B는 날렵한 동체에 빠른 속도를 내고 있지만 폭탄적재량은 다른 전략폭격기 B-2, B-52보다 많다. 최대 탑재량은 기체 내부 34t, 날개를 포함한 외부는 27t에 달한다. 2000파운드급 MK-84 폭탄 24발, 500파운드급 MK-82 폭탄 84발, 합동직격탄(JDAM) 24발을 탑재할 수 있다. B-2, B-52와 달리 핵폭탄을 장착하지 않았지만 언제든 핵폭탄을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달 초 B-1B가 괌에 배치되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B-1B를 “악명 높은 핵전략폭격기”라며 “미제가 우리에 대한 핵 선제타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것을 폭로해주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2005년 11월 훈련차 B-1B가 비공개적으로 한반도 상공에 전개되자 “핵 선제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B-1B가 스텔스 성능을 지녀 은밀하게 침투해도 파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막강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B-1B 2대면 평양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숨어있을 만한 곳을 초토화할 수 있는 양의 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사시 가장 빠르게 평양에 침투해 김 위원장을 제거할 수 있는 전략자산이라는 의미다.

미국은 2006년 이후 처음으로 괌 기지에 B-1B와 B-2, B-52 등 전략폭격기 삼총사를 동시에 배치했다. 북한의 위협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라는 무력시위만으로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억제하기 힘들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서울 국방부 한미통합국방협의체 회의를 끝낸 뒤 공동언론보도문을 통해 “북한 도발과 침략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를 신속히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능력을 강화해 그 어떤 핵무기 사용에도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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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