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발생 직후 정부 부처들은 긴급안전점검반을 편성해 피해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하지만 재난안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국민안전처의 늑장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부처별 각개전투식 대응은 혼란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처별 대책본부 피해상황 접수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지진 발생 직후 ‘지진상황 대책본부’를 설치해 원전, 발전소, 송배전망, 가스, 송유관 등 에너지 관련 시설과 업종별 기업들의 지진에 따른 전반적 상황을 점검했다. 13일엔 에너지·산업단지 유관기관 기관장들과 화상으로 ‘지진대응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했다.
15개 에너지 공공기관에 피해상황을 파악한 결과 한전 울주변전소 3번 변압기, 한국동서발전 울산 LNG 복합화력 등 변전소·발전소 각각 1개소가 설비 중단됐으나 빠른 시간에 복구해 재가동에 들어갔다.
업종별 피해상황을 보면 11개 업체가 설비 가동을 일시 중단했으나 대부분 짧은 시간 내 재가동했다.
울산석유화학 단지 내 공장 대부분은 규모 7.0에 맞게 내진설계돼 있어 일부 생산설비 중단은 있었지만 곧바로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철강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공장을 운영했다. 다만 조선사들은 지진여파로 독 옆 작업 크레인 선로 변형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도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도로, 철도, 항공, 수자원(댐·하천) 등 사회간접시설 소관 시설물에 대한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긴급점검엔 부산국토관리청, 철도공사, 시설안전공단 등 분야별 전문가 624명을 투입했다.
농어촌공사도 경주 지진 관련 긴급안전점검반을 편성해 이날 오전부터 경주와 포항 등 저수지 정밀 안전 점검에 나섰다. 농어촌공사 기술안전품질원에서는 화곡저수지 등 경북지역 내 저수량이 100만t 이상인 저수지 14곳을 중심으로 정밀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국내 전 원전과 경주 방폐장의 안전점검과 비상대응을 위해 상황대응반을 가동했다. 국내 전 원전 및 경주 방폐장의 경우 원전 지역에 설치된 원안위 지역사무소 관계자를 중심으로 정밀 안전점검을 수행할 계획이다.
전력 수급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 점검을 위해 수동 중단된 월성 원전 1∼4호기의 경우 270만㎾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 관계자는 “계절상 여름이 지났고 추석 연휴가 이어져 산업시설들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전력 수급에 타격은 없다”면서 “또 연료비가 저렴한 발전소들을 통해 필요한 전력 공급을 받고 있다”고 했다.
월성원전 안전한가
12일 발생한 강진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원전 1∼4호기를 수동정지시켰다.
당초 한수원은 지진 발생 직후 월성, 한울, 고리, 한빛 등 4개 원전 본부는 모두 시설안전에는 이상이 없고 지진가속도가 설계 안전 기준인 0.2g을 넘지 않아 정상 가동을 유지했다. 그러다 월성 1∼4호기는 한수원의 자체 지진행동 매뉴얼상 정지 기준인 0.1g을 넘은 것으로 계측돼 12일 밤 11시56분부터 가동을 멈췄다. 안전상 문제가 있어 자동 정지된 것과 달리 일단 멈춰놓고 추가적인 정밀 안전점검을 하기 위한 수동 정지 절차다.
그러나 지진으로 인한 매뉴얼에 따라 원전이 가동을 멈춘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더 이상 국내 원전이 밀집한 동남부 일대 지역이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반도 동남부에 밀집해 있는 원전 주변에는 한반도에서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활성단층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곳”이라면서 “이번 지진의 진앙지 역시 활성단층대인 양산단층대로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지진으로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당장 원전의 내진 설계 이하 지진 발생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면서 “노후 원전의 경우 내진 설계 신뢰도가 낮다. 한수원과 정부는 가동 원전이 실제 어느 정도 지진을 견디는지 전면적인 재점검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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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 박동민 기자
원전 이상 없다지만… 월성 1∼4호기 안전점검 ‘정지’
입력 2016-09-1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