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여진 공포…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입력 2016-09-14 04:00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가장 강력한 ‘지진 공포’여서 더욱 불안했다. 무력감을 느껴 잠을 이루지 못했다. 200여 차례의 여진까지 이어지면서 밤새 집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해야 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공포가 엄습한 다음 날이 밝았다. 밤새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지진피해’ ‘여진’ ‘지진 대피요령’ 등의 단어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삼삼오오 모여 지진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지역에 사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밤새 무사하셨어요” “지진 공포에 힘드셨죠”였다. 화두는 온통 지진이었다. 특히 이번 지진의 핵심 지역 3곳은 지진이 휩쓸고 간 ‘정신적 여진’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이 지역에서 만난 주민들의 첫마디는 한결같이 “너무나 무서웠고 지금도 무섭다”였다.

이번 지진은 12일 오후 7시44분쯤 경북 경주시 남서쪽 9㎞ 지역에서 규모 5.1이 발생했고, 이어 오후 8시32분쯤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규모 5.8이 발생했다. 규모 5.8은 한반도를 통틀어 역대 최대 규모다. 이후 2.0∼3.0 규모의 여진이 밤새 200차례 이상 발생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공포와 무력감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진앙지인 경주시 내남면 주민들은 그 공포가 더했다. 내남면 부지1리 주민들은 집안에 있지 못하고 모두 마을회관에 모여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부지1리 주민 장태조(76) 할머니는 “마을회관에 있다가 다시 집에 들어갔는데 계속 흔들리는 것 같아 오래 못 있고 다시 나왔다”며 “밤새 여진 때문에 벌벌 떨어야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박주식 내남면장은 “진앙인 부지 1, 2리와 화곡리를 비롯해 이조1리, 용장4리, 노곡2리 등이 조금 더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진앙지와 인접한 경주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동해안을 중심으로 원전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라 주민들이 받아들이는 공포는 더욱 컸다. 주민들은 밖으로 나와 자동차에서 밤을 보내는 등 불면의 밤을 지냈다. 주민들 사이에서 이주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80층 이상 고층빌딩이 즐비한 부산 역시 공포를 피해갈 수 없었다. 고층인 탓에 지진동에 크게 휘청거렸고 주민들의 공포감은 극에 달했다. “집이 덜덜덜 소리를 내며 마구 흔들렸다” “목마를 타고 있는 것 같았다” 등 당시 상황을 증언하는 말들이 SNS 등에 끊이지 않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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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부산=최일영 윤봉학 김재산 기자 mc102@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