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반도가 지진에 안전하다고 생각해 왔다. 지각판의 가장자리가 아니라 안쪽에 놓여 있어 일본처럼 위험에 노출돼 있지 않다는 논리였다. 이런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징후는 꾸준히 모습을 드러냈다. 연평균 지진 발생 빈도가 1980년대 16회, 90년대 26회, 2000년대 44회 등 계속 증가했다. 2013년에는 91회나 있었다. 강도도 세져 왔다. 1978년 관측 시작 이래 1∼10위 규모의 지진 중 7건이 2000년 이후 발생했다. 1976년 중국 탕산에서 규모 7.8 지진이 났는데 한반도처럼 지각판의 안쪽이어서 안전했어야 하는 곳이었다. 학계는 역사 기록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규모 6.5∼7의 강진이 있었음을 파악했고, 400년마다 규모 7 정도의 대지진이 온다는 주기설도 나왔다. 하지만 ‘지진 안전지대’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지지 못했다. 지진에 대한 연구와 대비에 투자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한반도 땅속을 우리는 지금 너무 모른다.
한반도와 주변 지대의 전면적 지질조사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을 지을 때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때 그 지역에 국한된 조사가 있었을 뿐이다. 원전을 짓지 않았다면 경주 지진을 일으킨 양산단층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을지 모른다. 그 조사도 이 단층이 활성단층인지 죽은 단층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진행됐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안전해 보인다’는 결과에 원전을 지었는데, 그 단층에서 내진설계 기준치에 근접하는 지진이 발생했다. 대지진은 언제 올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올 수 있으며 한번 오면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남긴다. 이제라도 땅속 사정을 파악해 대비해야 한다. 기존 조사 방식은 지하 10㎞ 이하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가능성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없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단층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면 기존 조사는 무의미하다. 올해 들어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세 차례나 발생한 경상도와 2013년 53차례 지진이 집중됐던 서해안 지역부터라도 종합적인 지질조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각 단층의 규모를 파악하고 누적돼 있는 힘의 크기를 지속적으로 측정·관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본도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는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에 총력을 기울였다. 현재 5초 안에 경보하는 기술력을 가졌다. 이는 효율적 복구 작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기상청이 10초 내 경보를 목표로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충분한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 전국적인 경보망을 갖춰야 한다. 이번 지진에 대처한 국민안전처의 모습을 보면 조기 경보가 이뤄진다 해도 과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재난 문자 보내는 것조차 제대로 못하는 안전처를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하는가.
[사설] 한반도 땅속을 우리는 너무 모른다
입력 2016-09-13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