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의 책임을 지고 지난 7월 물러난 데이비드 캐머런(49·사진) 전 총리가 12일(현지시간) 하원의원까지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직도 없기 때문에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브렉시트 도박’이 결국 국제적 지도자로 촉망받던 캐머런의 정치생명까지 끊은 것이다.
BBC방송에 따르면 캐머런은 기자회견에서 사퇴 결정이 자신을 승계한 같은 보수당 소속 테레사 메이(59) 총리를 배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원의원직을 계속 유지하면 새 정부를 이끄는 메이 총리에게 어떻게든 방해가 될 것”이라며 “여름 내내 고심한 끝에 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계은퇴 후 뭘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공익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캐머런은 2001년부터 옥스퍼드셔 위트니 선거구를 대표하는 하원의원으로 일했다. 2005년에는 보수당 당수가 돼 무기력한 당을 ‘이기는 당’으로 탈바꿈시켜 2010년과 지난해 연달아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 2010년부터 지난 7월까지 총리를 맡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국제정치를 주도했다.
최근 메이 총리가 과거 자신이 반대한 중·고교 명문학교 그래머 스쿨을 도입하고 브렉시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데 반발해 의원직을 내던졌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캐머런은 “시기가 우연히 겹쳤을 뿐”이라며 “사퇴 결심을 메이 총리에게 미리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고 부인했다.
정계를 떠나는 마당인데도 비판 여론이 멈추지 않았다. 보수당 중진 켄 클라크 의원은 “어떻게든 역사는 캐머런을 ‘영국을 EU에서 퇴출시킨 인물’로 기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캐머런이 지난해 총선 때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바람에 결국 브렉시트 결정이 나왔음을 지적한 것이다. 때문에 캐머런이 브렉시트라는 역사적 책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정계를 은퇴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브렉시트 자충수’ 캐머런 前 英 총리 정계은퇴 선언
입력 2016-09-13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