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정상화” 하루만에 “금리 인상 신중”… 美연준 위원들 오락가락

입력 2016-09-13 16:44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와 관련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엇갈리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일주일 앞둔 와중에 한국은 14일부터 5일간 추석연휴가 시작돼 다음 주 시장 움직임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최근 금융시장은 미국 연준 위원들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0원 하락한 달러당 1108.5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가 금리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면서 9월 금리인상 기대감이 수그러들었기 때문이다. 연준 내에서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꼽히는 브레이너드 이사는 전날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 연설에서 “고용시장 개선으로 기대했던 물가상승은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선제적인 통화긴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오후 1시56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15.7원에 거래됐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장중에는 브레이너드 이사 발언 영향보다 수입업체들이 결제물량 확보 차원에서 달러화를 매입하면서 환율이 다소 상승했다”고 말했다.

반면 12일 금융시장의 모습은 이와 반대였다. 연준 위원들이 금리인상을 지지하는 ‘매파’ 발언을 쏟아낸 탓이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9일 “지금까지 발표된 경제지표로 볼 때 점진적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이행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하며 9월 금리인상에 무게를 실었다. 이 때문에 12일 원·달러 환율은 15.1원이나 상승했다. 코스피지수 역시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과 삼성전자의 주가 폭락 영향 등이 겹쳐 2.28% 급락했었다. 연준 위원들이 시장에 보내는 메시지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셈이다.

장기간 추석연휴를 맞이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이 기간 동안 해외의 시장 상황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13일부터는 연준 위원들의 공개발언이 금지돼 혼란은 줄어들겠지만 미국에서는 8월 소매판매(15일), 소비자물가지수(16일) 등 주요 경제지표가 발표될 예정이다.

서 연구위원은 “연휴가 끝난 다음 주에는 FOMC를 앞두고 경계감이 많아 환율이 크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9월 금리인상이 되지 않을 경우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80% 이상으로 높아지고, 올 4분기에는 금리인상 기대감으로 환율이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