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3500% 가족에 갚아라 협박… 불법 추심 기승

입력 2016-09-13 17:06
경기도에 사는 A씨(46)는 지난달 한 사채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형수가 50만원을 빌렸는데 밀렸으니 하루 이자 5만원씩 65만원을 당장 내놓으라고 독촉하면서 심한 욕설까지 뱉었다. 형수는 선이자를 제외하고 30만원을 1주일 동안 쓰기로 하고 빌렸다고 했다. 사채업자는 A씨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전화를 걸어 자녀들 학교까지 찾아가겠다고 협박을 했다. 심지어 학교 교사에게도 전화를 걸어 학부모가 빚꾸러기라고 알렸다. 견디다 못한 A씨는 금융감독원의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신고했다.

금융감독원은 13일 미등록 대부업자들이 채무자 가족에게 불법적으로 채권을 추심한다는 신고가 올해 들어 7월까지 438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A씨처럼 20만원의 선이자를 공제하고 30만원만 빌려준 뒤 1주일 후 50만원을 갚는 조건을 연 금리로 환산하면 3475%에 이른다. 법으로 정한 대부업자의 최고 이자 27.9%의 125배에 이른다. 빚을 대신 갚을 의무가 없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것도 불법이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된다. 미등록 대부업자들은 대차거래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채무자에게 가족과 친지의 전화번호를 적어내라고 요구하고, 이를 마치 연대보증이라도 되는 것처럼 악용한다.

경남의 취업준비생 B씨(27)는 길거리에서 받은 대출 명함을 보고 빌렸다가 가족까지 “당신 딸이 빚꾸러기로 살게 놔둘 거냐”는 협박을 받았고, 경기도의 C씨는 돈을 빌린 사실도 없는데 사채업자들이 시댁식구에게 전화를 걸어 “며느리가 돈을 빌려 아버님께 용돈을 줬으니 돈을 갚으라”며 새벽 1시에도 전화를 걸어 협박했다.

금감원은 “이들은 대부분 대포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추적하기 어렵다”며 “특히 예금통장과 카드를 달라며 보이스피싱에 악용하는 경우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불법 추심은 휴대전화 녹취나 사진 등으로 증거를 확보해 금감원이나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고, 급히 소액의 돈을 빌려야 할 때는 금감원 ‘서민금융1332’의 서민대출 안내 코너 또는 한국이지론을 활용하면 안전하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