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에 떠 있는 위태로운 고무보트 안에서도 삶은 이어졌다. 삶이 있기에 생명이 있고, 위기를 뚫고 태어난 생명은 축복으로 다가왔다. 12일(현지시간) 지중해 한가운데서 태어난 사내아이 ‘뉴먼 오타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난민의 축복이자 희망이었다.
뉴먼 오타스는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와 ‘SOS지중해’가 공동 운영하는 지중해 구조선 MV-아쿠아리우스에서 태어났다. 뉴먼의 엄마는 전날 지중해를 떠돌던 고무보트 난민선에서 구조됐다. 구조가 조금만 늦었더라도 뉴먼의 생명이 위태로울 뻔했다.
MSF 소속 조산사 존킬 니콜은 “아주 위험하고 비정상적인 상황이었지만 순조롭게 태어났다”면서 “조금만 늦었더라면 얼마나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MSF에 따르면 산모인 오쿤보 오타스는 남편과 7세, 5세 두 아들과 함께 난민선에 있었다. 수백명이 발 디딜 틈 없이 운집해 아이를 낳을 공간조차 없었다.
특히 배 밑바닥은 연료가 쏟아져 기름범벅이었다. 그런 곳에서 산모는 사흘째 진통을 했다. 뉴먼은 어머니가 처한 위험한 상황을 알기나 했을까. 아이는 몇 차례 세상으로 나오려고 움직이다가 ‘다행히’ 다시 잠잠하기를 반복했다. 게다가 산모는 사흘간의 진통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던 상태였다.
의료진은 즉각 산모를 난민선에서 빼내 구조선의 분만실로 데려갔다. 그제야 아이는 아무 일 없었던 듯 편안하게 엄마 뱃속을 빠져나왔다. 부모는 아이의 이름을 ‘새로운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은 ‘뉴먼(Newman)’이라고 지었다.
MSF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MSF 대원들은 트위터에 “나이지리아 부모가 리비아에서 출발한 배에 탔다가 공해에 있는 국제 구호선에서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뉴먼의 국적을 어디로 해야 할지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뉴먼은 다행히 안전하게 태어났지만 난민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고 MSF는 지적했다. MV-아쿠아리우스가 전날 구조한 난민선 2척에는 모두 392명이 타고 있었다. 이 가운데 155명이 미성년자였고 141명이 혼자 집을 나와 난민선을 탄 것으로 확인됐다. 또 5세 이하 유아가 11명이었고, 태어난 지 1년이 안 된 아이도 4명이나 됐다. 심지어 임신부도 7명이었다. 파도가 치거나 배가 전복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혼자 몸을 가누기 어려운 난민이 수두룩했다는 의미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절망의 파도’ 난민선에 찾아온 ‘생명의 축복’
입력 2016-09-14 0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