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20세기 대표적 기독교 영성가 헨리 나우웬(1932∼1996·사진)의 사망 20주기를 맞아 그의 저작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도서출판 포이에마는 다음 달 초 나우웬의 대표작인 ‘탕자의 귀향’과 ‘집으로 가는 길’을 한 권으로 묶은 스페셜 에디션을 출간한다고 13일 밝혔다. 이 특별판에는 ‘예수, 여기에 그가 있었다’의 저자 헨리 마틴의 서문이 추가된다.
김도완 포이에마 대표는 “정호승 시인을 비롯해 미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등이 그의 애독자”라며 “사후에 더 기억되는 인물 중 한 사람이기 때문에 20주기 특별판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처 받은 치유자(wounded healer)’라는 별칭을 가진 나우웬은 인간이 받는 상처에 주목하고 이 상처를 통해 타자를 대면하고, 하나님의 뜻을 헤아린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나우웬은 심리학을 공부한 뒤 30대에 노트르담대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젊은 날부터 천재로 불렸다. 신학을 공부한 뒤 1971년부터 미국 예일대 신학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81년부터 ‘하나님의 사랑에 빚진 자’라는 거룩한 부담감을 안고 페루 빈민가에서 생활했다. 이후 하버드대에서 다시 강의를 했지만 안식을 얻지 못했다. 그는 “다 내려놓겠습니다. 새로운 인생길을 찾아 나서겠습니다. 봉사의 삶을 살겠습니다”라며 대학 강단을 떠났다. 그는 주변의 만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동안 오르막길만 올라갔습니다. 이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싶습니다. 이 길이 내 영혼의 선장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까이 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86년 그가 간 곳은 캐나다 정신지체장애인 공동체 ‘라르쉬 데이브레이크(L’Arche Daybreak)’였다. 그는 이곳에서 평생을 장애우의 친구로 살다 생애를 마쳤다. 나우웬은 인간의 마음에 찾아오시는 하나님을 발견하기 위해 애썼고, 그 하나님을 따르려는 영적인 여정을 책으로 남겼다. 대부분 신앙서적이 인간의 마음이나 하나님의 시선 어느 한쪽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나우웬은 인간의 마음에서 하나님만이 채울 수 있는 공간을 응시하고, 인간의 아픔을 고통스럽게 바라보는 하나님을 본다.
‘상처 입은 치유자(두란노)’ ‘제네시 일기(포이에마)’ ‘영적 발돋움(두란노)’ ‘예수님의 이름으로(두란노)’ ‘분별력(포이에마)’ 등이 국내에 소개된 그의 대표적 저서다. 영적 삶을 다룬 그의 저서 40여 권은 20여개 언어로 출판돼 전 세계에 200만부 이상 팔렸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헨리 나우웬 20주기 맞아 그의 영성 세계 재조명 한다
입력 2016-09-13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