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은 한국에 보다 강력한 핵우산 제공해야

입력 2016-09-13 17:12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한·미의 군사적 대응이 13일 이뤄졌다. 괌 기지에서 이륙한 미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핵실험 도발 나흘 만이다. B-52, B-2와 함께 미군의 3대 전략폭력기로 꼽히는 B-1B는 최대 속도(마하 2)를 내면 괌에서 이륙한 지 2시간 만에 평양 상공에서 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 다음 달 서해 등에서 진행되는 연합훈련에는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가 참가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전에도 북한의 각종 도발이 있으면 미국은 전략폭격기나 항공모함 등을 한반도에 전개해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북한은 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왔다. 보여주기 식 일회성 무력시위가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당초 미국은 B-1B를 지난 12일 보낼 계획이었으나 괌 기지의 거센 바람 때문에 하루 연기했다. 날씨에도 영향을 받는 전략자산으로 북한의 핵 도발을 억제한다는 게 솔직히 가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이젠 한반도 안보 대책이 재검토돼야 한다. 북한 핵무기 배치가 가시권에 들어온 이상 국제사회를 통한 제재, 외교적 압박과는 별개로 군사적 대응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 의지를 꺾을 수 있는 억제력이 기본이다.

새누리당 등에서 공론화되고 있는 한국의 핵무장론은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제안한 것처럼 전술핵의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는 논의해볼 여지가 있다. 일각에선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위배된다고 지적하지만 북한이 핵무기 완성 단계에 들어간 만큼 이 선언은 폐기된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미국은 한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 관련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 현재 한국인이 느끼는 핵 공포감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동맹국 미국은 한반도에 보다 강력한 핵우산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처럼 무력시위나 말뿐인 경고에 그친다면 북한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한국 내 핵개발 주장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