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6일 스커드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한 지 1주일 만에 관영 매체에 등장했다. 지난 9일 5차 핵실험 이후로 따지면 나흘 만이다. 5차 핵실험엔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듯 핵개발과 관련 없는 농업시설을 시찰했다.
김 위원장은 인민군 제810군부대 산하 1116호 농장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오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조용원 당 중앙위 부부장, 한광상 군 중장이 동행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농장에서 새로 육종해낸 강냉이와 밭벼종자에 대한 보고를 받고 너무 기뻐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수확한 농작물을 돌아보고 “정말 희한하다.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면서 “이 농장에서 이룩한 성과들을 볼 때면 가슴이 시원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5차 핵실험 이후 공개 일정을 전혀 갖지 않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모습을 비친 건 지난 6일(보도일 기준) 전략군 화성포병부대의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시찰했을 때였다. 당시 김 위원장은 “핵무력 강화의 기적적 성과들을 계속 확대해야 한다”고 훈시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번 핵실험과 관련해선 아무런 언급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핵실험 직후 친필 명령서를 공개하고 인민무력부(현 인민무력성)를 축하 방문하는 등 ‘수소탄 시험 성공’을 대대적으로 과시한 것과는 온도차가 크다.
이런 움직임은 핵·미사일 능력이 이미 고도화된 상황에서 최고지도자까지 나서서 분위기를 띄울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당국이 5차 핵실험에 대해 정치적 측면보단 기술적 진전에 더욱 방점을 찍은 것과도 일정 부분 맥이 닿는다.
북한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함경북도 두만강 유역에 큰 피해가 발생해 북한은 ‘200일 전투’의 목표를 수해 복구로 돌려놓은 상태다. 내부적으로 핵실험 성공을 경축하고만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란 얘기다. 이번에 농장을 시찰한 건 홍수를 계기로 ‘애민’ 지도자상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국을 의식한 행보일 가능성도 있다. 5차 핵실험으로 중국의 외교적 입지가 더욱 좁아진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국제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 움직임을 관망하고자 저자세로 나선 것이란 관측도 있다.조성은 기자
모습 감췄던 김정은, 1주일 만에 등장
입력 2016-09-13 1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