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패럴림픽] 우린 名弓 파트너… ‘역경’을 쏘다

입력 2016-09-13 18:45
이억수(왼쪽)·김미순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브라질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패럴림픽 양궁 컴파운드 혼성 동메달 결정전에서 터키의 뷜렌트 코르크마즈·한단 비로글루를 꺾은 뒤 동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그는 타고난 군인이었다. 특전사 부사관을 천직으로 알았다. 하지만 한순간의 사고가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1986년 그는 독수리훈련에 나섰다가 차량 전복사고를 당해 척수를 다쳤고 하반신이 마비됐다. 총을 놓은 이억수(51)는 활을 들었다. 그리고 활을 목발 삼아 다시 일어났다.

그는 사고 후 보훈병원에서 재활하다 89년 선배들의 권유로 양궁에 입문했다. 처음엔 시위를 당기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곧 그는 양궁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주 종목은 리커브였지만 2005년 활 날개에 도르래가 달린 컴파운드로 전환했다.

양궁은 그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1989년 영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며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엔 독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컴파운드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이 대회 우승으로 유럽의 벽을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연령에 비해 강한 체력과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이 그의 장점이다.

1992 바르셀로나패럴림픽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패럴림픽까지 7회 연속 패럴림픽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이억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선수마다 잘 맞는 자세가 있다”며 “그런 부분을 조언해 주고, 큰 대회에서 긴장을 덜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억수는 김미순(46)과 짝을 이뤄 나선 리우패럴림픽 양궁 컴파운드 혼성 종목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둘은 12일(현지시간) 브라질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양궁 컴파운드 혼성 동메달 결정전에서 터키 뷜렌트 코르크마즈·한단 비로글루 조를 138대 128로 누르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억수는 14일 컴파운드 50m에 출전해 다시 메달을 노린다.

김미순은 12세 때 고관절 괴사로 지체 4급의 장애를 가졌다. 재활 과정에서 탁구를 배운 그는 2010 광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단체전 은메달을 따냈다. 하디만 훈련 중 고관절 통증으로 더 이상 탁구를 할 수 없어 양궁 선수로 변신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