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공필 박사(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사진)는 미얀마의 시골 마을에서 국민미래포럼을 통해 전할 메시지를 구상했다. 은행 지점은 당연히 없고 신용카드 결제도 안 되는 곳에서 그는 금융산업의 미래를 보았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서울 명동 금융연구원에서 만난 최 박사는 “미얀마의 농부들도 휴대전화로 은행을 이용하고 마이크로크레디트의 도움을 받게 하는 프로젝트를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와 웨이브머니가 현지 통신업체와 함께 만들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금융이 정보통신기술과 만나는 핀테크 산업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웨이브머니는 휴대전화를 통해 돈을 보내고 소액결제를 가능케 하는 모바일뱅킹 서비스로, 미얀마의 민영은행인 요마뱅크와 통신 사업자 텔레노르가 함께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최 박사는 코이카의 현지 협력 사업을 웨이브머니와 결합한 스마트빌리지 운동을 위해 지난달 미얀마에 다녀왔다. 코이카가 지원하는 미얀마 농촌마을 100곳에 웨이브머니를 통해 마이크로크레디트 자금을 조달하고 생산적인 활동이 이뤄지도록 핀테크 기술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다.
“돈만 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기술만 강조한다고 핀테크가 이뤄지는 것도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마이크로크레디트와 P2P 펀딩이 가난한 사람의 빚만 늘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반성도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기술과 금융이 협력해 새로운 서비스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핀테크의 본질입니다.”
최 박사는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학위를 받고 국가정보원, 세계은행, 우리은행, 대우경제연구소 등에서 위기관리 업무를 해왔다. 위기관리를 위해선 겉으로 드러난 현상 안에 있는 본질적인 변화를 꿰뚫어보고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현재는 금융연구원에서 미래금융연구센터를 책임지고 있다. 현란한 변화를 겪고 있는 금융산업에서도 그는 화려한 광고, 번뜩이는 아이디어, 혁신적인 편리함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일 뿐 변화의 본질은 기술과 금융의 협업이라고 강조했다.
“은행 혼자 모든 걸 다 할 수도 없고, 정부에만 맡겨서도 안 됩니다. 소비자가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를 따라 금융서비스와 기술과 제도적인 규제가 적절히 결합해 시장의 선택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금융산업에 만연한 수직적인 의사결정, 칸막이 문화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마인드로 무장해야 합니다.”
최 박사는 21일 국민미래포럼에서도 앞으로 금융 회사들의 경쟁력은 비금융 회사들과의 협업능력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또 은행업이 와해적 영향을 가장 빨리 경험하게 될 것이고, 보험 부문의 변화가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는 등 구체적인 진단도 내놓는다.
“지금 금융산업은 춘추전국시대입니다. 변화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큰 은행도 아니고 정부도 아니고 결국 소비자들입니다. 소비자가 자신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만한 믿음과 그만한 가치가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창의력을 갖춰야 한국의 핀테크 산업에 미래가 있습니다. 국민미래포럼에서 이런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국민미래포럼] “금융산업 춘추전국시대… 비금융사 협업에 핀테크 미래 달려”
입력 2016-09-18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