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미래포럼] 굴뚝 삼킨 인공지능… 산업경계도 허문다

입력 2016-09-18 17:54

지난 3월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은 인류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축적된 세상의 모든 기보 데이터를 토대로 스스로 학습한 알파고는 대국마다 이세돌을 몰아붙였다.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의 수를 찾아내는 인공지능의 위력을 전 세계가 눈으로 확인하며, 그것이 불러올 미래상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앞서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2016년 다보스포럼에선 이런 변화를 두고 본격적인 논의가 있었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AI 등을 기반으로 물리·디지털·생물학 기술의 경계를 허무는 ‘4차 산업혁명’이 주요 의제였다.

아직까지도 4차 산업혁명이 어떻게 실현될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사이버물리시스템으로 변하는 제조방식

변화는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에서부터 시작된다. 흔히 공장은 컨베이어 벨트 앞에 늘어선 근로자 또는 기계가 부품들을 조립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런 선형적 생산방식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있던 부품들은 스마트카트에 담겨 스스로 다음 공정을 찾아 이동한다. 이른바 모듈별 공정으로, 모든 부품과 공정기계가 IoT로 연결되는 사이버물리시스템(CPS) 기술이 기반이 된다.

자원의 낭비는 최소화된다. 예컨대 과거에는 특정 기계가 고장 나면 라인 전체가 움직일 수 없었다. 반면 모듈별 공정에서는 한 기계가 고장 나면, 부품을 담은 스마트카트는 다른 기계 또는 공정을 스스로 선택한다. 모든 기계와 부품이 통신을 주고받으며 최적의 생산방식을 찾아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여기에 AI가 탑재된 각 공정기계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징후를 인식하고 스스로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낸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이미 이런 CPS 기술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를 만들었고, 독일은 2011년부터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이름 아래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완성된 제품은 무인운송수단으로 고객에게 전달된다. 자율주행자동차와 무인 드론 등이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AI가 카메라 등 센서를 통해 주변 상황을 순식간에 연산해 최적의 노선을 찾아내게 된다.

이런 변화는 비단 물류유통뿐 아니라 일반 운전자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맥킨지 연구에 따르면 미국 기준 자율주행차로 인한 시간 절약은 하루 10억 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시간 동안 운전자들이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하면 분당 50억 유로에 해당하는 디지털 미디어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계산도 나왔다.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맞춤생산으로

제조방식이 달라지면서 제품도 바뀐다. 제품이 모듈별로 생산되기 때문에 ‘맞춤형’ 제품 생산이 가능해진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인 3D프린팅 기술이 접목되면서 같은 제품이라도 다양한 설계와 디자인을 갖춘 제품을 찍어낼 수 있다. 여기에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취향을 정확히 반영한 제품을 제시하게 된다.

이런 변화는 무형의 서비스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자와 소비자 간 경계가 무너지고 AI가 적용된 네트워킹으로 연결되면서 어떤 수요라도 즉시 충족 가능한 적시수요(On-Demand) 경제가 확대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을 통해 적시수요 경제의 초기 버전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는 데이터 축적이 핵심 요소로 떠오른다. 박명순 SKT 미래기술원장은 “각 분야에 빅데이터가 구축이 돼야 AI로 진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며 “데이터 축적 정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가늠하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물학 발전과 유전공학 혁명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또 다른 한 축은 생물학이다. 생물학의 발전이 물리학·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접목되면서 인류는 각종 질병의 위험에서 해방될 수 있다.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AI의 급속한 발달은 유전자의 염기서열 구조와 같은 방대한 생물학적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해 내는 일을 가능케 할 전망이다. 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해 예상되는 질병에 미리 대처하는 SF 영화에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이 된다는 의미다. 또 3D프린팅과 유전공학이 결합해 생체조직 프린팅도 가능해진다. 이미 3D프린터로 찍어낸 신장이나 의수 등이 환자의 몸에 이식되고 있는 중이다.

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