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직 목회는 가능성 있는 새로운 모델”

입력 2016-09-13 18:26
김승호 소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김상옥로 연동교회에서 “이중직 목회는 전임제 목회를 보완하는 새로운 목회유형으로 신학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미자립교회가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이중직 목회’는 전임제 목회를 보완하는 새로운 목회유형이 될 것입니다.”

김승호 목회윤리연구소 소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김상옥로 연동교회 다사랑 세미나실에서 열린 도서 ‘이중직 목회’(하명출판)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김 소장이 목회자 이중직 문제를 현실적으로 절감한 것은 2008년 담임목회지에서 현재 재직 중인 영남신학대로 사역지를 옮긴 후였다. 전임전도사로 청빙 받는 졸업생보다 교회 개척을 하는 졸업생이 많았는데, 개척을 시도한 다수가 수년이 지나도 미자립 상태로 남아있는 현상을 목격했다.

김 소장은 “이중직 목회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목회자 수급 불균형”이라며 “대다수 교단은 ‘목회자 이중직 금지’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급변하는 사회를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선 기독교한국침례회가 전면적, 기독교대한감리회가 부분적으로 이중직을 허용하고 있다.

김 소장은 “초대형교회의 가능성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현 시대에 이중직 목회는 가능성 있는 하나의 새로운 목회모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중직 목회는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고 세상 사람들과 만나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전도의 접촉점이 넓어지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만인제사장직, 직업소명설 등 신학적 측면에서 이중직 목회를 설명했다. 그는 “만인제사장직은 모든 성도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힘입어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제사장 신분이 됐다는 것”이라며 “세속직 역시 목회직 만큼 성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교개혁자 루터와 칼뱅의 ‘직업소명설’처럼 직업을 하나님의 소명으로 여긴다면 이중직 역시 무리 없이 수용될 수 있다.

해외 선교현장에서 비즈니스 선교가 현대 선교의 한 유형으로 인정되듯이, 목회 현장에서도 이중직 목회 개념이 다양한 목회의 한 유형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중직 목회자의 모델을 보여준 사도 바울은 생활의 필요를 위해 교회의 후원과 자급자족을 경험했고 이를 모두 하나님의 후원으로 긍정했다.

이중직 목회에도 장점만 있는 게 아니라 시간 부족, 정체성 혼란, 영적 갈급함 등의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김 소장은 “미국의 각 교단은 이중직 목회를 어쩔 수 없이 행해야 하는 목회모델이 아니라 하나의 중요한 목회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유럽 교회처럼 미국교회 교인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중직 목회는 향후 더 활발하게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초대교회 때부터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 세속적인 일도 스스로 감당한 수많은 목회자들이 있었다는 걸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며 “전임제 목회만이 제대로 된 목회 모델이고 이중직 목회는 삼류 목회라는 인식은 한국교회의 편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글=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