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의 걸작을 원작으로 한 영화 두 편이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이다. ‘오리엔트특급 살인사건’과 ‘검찰측 증인’. 눈이 핑핑 돌아가는 액션 위주의 요즘 범죄영화에 질린 고급, 혹은 옛날 취향의 추리영화 팬들에게는 이보다 반가운 소식이 없다. 이 두 작품은 영화화된 수많은 크리스티의 작품 가운데서도 늘 1, 2위를 다투는 명작이다. 시드니 루멧이 1974년에 만든 ‘오리엔트∼’는 셜록 홈즈에 필적하는 크리스티의 명탐정 에르퀼 포와로가 나오는 작품이다. 포와로 역의 앨버트 피니를 비롯해 초호화 캐스트로도 유명하다. 또 빌리 와일더가 연출한 1957년작 ‘검찰측 증인’은 명탐정이 등장하지 않는 법정 추리물. 마를렌 디트리히와 찰스 로턴의 명연기가 극찬을 받았다.
그런데 20세기 폭스가 리메이크하는 이 두 편의 영화는 각각 한 사람이 주연과 감독을 겸할 예정이다. 케네스 브래너(오리엔트∼)와 벤 애플렉(검찰측 증인). 브래너는 이미 ‘헨리5세(1989)’ ‘토르(2011)’ 등으로 연출 능력을 인정받았고 애플렉 역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아르고(2012)’로 감독으로서도 명성을 떨쳤다.
오는 11월에 크랭크인해서 내년 11월 개봉 예정인 ‘오리엔트∼’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톱스타들을 얼마나 많이 데려오느냐가 문제다. 피니 외에 리처드 위드마크, 숀 코너리, 잉그리드 버그먼 등 대배우들이 총출동한 오리지널 못지않은 톱스타들이 출연해야 관객의 기대에 맞출 수 있을 텐데, 과연 가능할까. 그러나 출연진 말고도 크리스티의 작품들은 독자나 관객의 의표를 찌르는 기막힌 반전(反轉)을 비롯해 지적 유희와 지적인 만족감을 자극하는 요소가 넘쳐난다. 단세포적 활동사진 같은 액션 범죄영화만 만들지 말고 두뇌를 자극할 수 있는 크리스티의 작품을 포함한 명작 추리소설들이 더욱 많이 영화화 또는 리메이크되기를 고대한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87> 애거사 크리스티의 영화
입력 2016-09-13 1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