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청소·주차… 일상 깊숙이 파고 든 ‘스마트 세상’

입력 2016-09-13 17:04


스마트폰이 일상에 스며듦과 동시에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는 생활을 더 편리하게 만들고 있다. O2O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뜻한다. 국내에서는 ‘배달의민족’ ‘카카오택시’ ‘직방’과 같은 업체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청소, 세탁 등 일상에 밀접한 영역까지 서비스가 진출하면서 산업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 추정치를 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오프라인 상거래 규모는 929조원, 온라인 상거래 규모는 51조원에 달한다. O2O 시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의 교집합 성격을 지닌다. 업계에서는 국내 O2O 시장이 약 3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이용자만을 위한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만족도도 높다. 일상 곳곳에 침투해 있는 O2O 서비스를 가상의 인물 김성실씨의 하루로 재구성해봤다.



김성실씨의 게으른 주말

직장인 김성실(32·가명)씨는 주말에 웬만해선 집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다. 김씨는 일어나자마자 침대 맡에 있는 스마트폰을 든다. 간밤에 온 메시지를 확인한 뒤 곧바로 세탁 앱을 켠다. 원하는 시간을 선택하기만 하면 직원이 집으로 찾아와 세탁물을 수거해 가고, 세탁을 마치면 집까지 다시 가져다준다. 김씨는 ‘백의민족’ ‘세탁특공대’ ‘리화이트’ 등 여러 앱을 이용하면서 신규 회원 포인트 적립 등을 덤으로 이용하고 있다. 주말이면 두 세 번씩 밀린 옷가지를 세탁기에 돌리느라 시간이 모자랐던 김씨는 주말이 늘어난 것 같아 마음이 가뿐하다.

느지막이 자리에서 일어난 김씨는 ‘아점(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배달 앱을 누른다. 한식, 중식, 일식 등부터 패스트푸드까지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눈앞에 펼쳐진다. 김씨는 자주 시켜먹는 중국집에서 모아둔 적립금을 이용해 짜장면과 탕수육을 주문한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터치 몇 번을 하고 나니 ‘띵동’ 하며 주문한 음식이 어느새 집 앞에 왔다. 이렇게 또 적립금이 김씨의 계정에 쌓였다.

한 달에 한 번은 가사도우미를 불러 집을 말끔히 청소해야 한다. 주말마다 청소기를 돌리긴 하지만 곳곳에 쌓인 먼지까지 치우기에는 김씨의 체력 상태가 따라주지 않는다. ‘당신의 집사’ ‘홈마스터’ 등 가사도우미를 연결해 주는 앱은 벌써 10여개나 출시돼 있다. 앱을 통해 직접 가사도우미를 선택할 수 있고, 원하는 청소 시간을 지정할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한 곳은 2만원대부터 시작해 부담도 크지 않다. 원하는 방만 선택하거나 세탁도 추가로 선택해 맡길 수 있다. 가사도우미가 오는 시간에 맞춰 김씨는 한 달간 방치해 둔 머리를 자르기로 한다.

카카오톡을 실행한 뒤 ‘카카오헤어샵’에 들어가 주변 미용실을 검색한다. 실제 이용자들이 남긴 리뷰를 꼼꼼하게 보며 김씨는 어디서 머리를 할지 정한다. 미용실을 정한 김씨는 예약 시간과 담당 디자이너,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선택하고 결제까지 한 번에 마친다. 예약을 마치자 곧바로 ‘예약이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카카오톡으로 전송된다. 예약 내역과 매장 정보, 약도까지 한 번에 볼 수 있어 첫 방문에도 김씨는 길을 헤매지 않고 미용실을 찾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말끔히 청소된 방이 김씨를 반겨준다. 게으른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출근을 앞둔 김씨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여러 번 밤잠을 설친 김씨는 새벽 3시쯤 겨우 잠에 든다.



달콤한 주말 ‘끝’ 다시 김 대리로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깬 김성실씨.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스마트폰을 켜자 ‘오전 8시15분’이라는 무시무시한 숫자가 뜬다. 조금만 꾸물대면 지각이다. 김씨는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고양이 세수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는다.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택시’를 부르고 ‘도착 3분 전’ 메시지가 뜨자 김씨는 구두를 구겨 신고 대문을 나선다.

오전 8시55분, 겨우 회사에 도착한 김씨는 김 대리로 얼굴을 바꾸고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지탱하며 업무를 시작한다. 마침 인근 거래처로 출장 가 있는 부장님으로부터 잠을 깨우는 전화가 온다. 중요한 서류를 회사에 놓고 갔다는 연락이다. 김 대리는 퀵서비스 어플을 열고 출발지와 도착지, 배송상품과 연락처 등을 입력한다. 번거로운 절차 없이 곧바로 기사를 배치 받고 서류를 보낸다. 몇 분 뒤 부장님으로부터 “땡큐”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은 김 대리는 그제야 안심한다.

오후에 거래처 두 군데를 돌아야 하는 김 대리는 쏘카를 이용하기로 한다. 김 대리의 회사는 쏘카의 법인·단체 프로그램에 가입해 개인 회원 대비 10% 할인된 가격으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소형차의 경우 30분 이용에 3000원 수준이다. 출퇴근길 지옥 같은 차량 정체를 싫어하는 김 대리에게 차량 공유 서비스는 단비와 같다. 하루 단위가 아닌 10분 단위로 요금이 책정돼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물먹은 솜처럼 온몸이 무거워진 김 대리는 오늘이 한 달에 한 번 있는 회식 날이라는 것을 알고 좌절한다. 부장님의 차를 얻어 타고 이동하다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해 짜증이 난 부장님의 얼굴을 발견한다. 김대리는 주차 앱을 열고 부장님에게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준다. ‘모두의주차장’ ‘파크히어’ ‘아이파킹’ 등 서비스를 이용하면 가까운 주차장을 안내받고 바로 결제까지 할 수 있다. 앱을 통해 회식 장소 근처에 있는 주차장을 발견한 부장님은 김 대리를 보고 ‘씨익’ 웃는다.

회식을 마치니 벌써 자정이 가까워 있다. 불콰한 얼굴이 된 동료들은 모두 각자의 집으로 떠났다. 부장님을 마지막까지 챙기는 건 막내 김 대리의 몫이다. 김 대리는 부장님이 4차를 외치기 전 재빨리 대리운전을 부른다. ‘키트’ ‘별대리’ 등 기존의 대리운전 앱에 카카오도 서비스에 뛰어들어 선택지도 다양하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자 주변에 있던 대리기사가 연결된다. 곧바로 회식 장소 근처로 온 대리기사에게 부장님을 맡기고 나서야 김 대리는 안도의 숨을 내쉰다.

이미 지하철도 끊긴 시간, 김 대리는 ‘카카오택시’와 ‘티맵택시’ 앱 두 개를 동시에 켜고 배차를 기다린다. 콜을 보낸 택시는 100대가 넘어가는 데 집으로 가는 택시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서울 강남의 밤은 늘 이렇다. 5분여를 기다린 끝에 드디어 택시 한 대가 김 대리의 간절한 콜을 받았다. 무거운 몸을 싣고 잠깐 눈을 붙였다 떼니 벌써 집 앞이다. 김 대리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침대로 직행한다. 김 대리로서의 역할이 아직 4일이나 더 남았다는 사실에 ‘어떻게 일주일을 버티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김 대리의 출근은 이제 7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