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의 12일 청와대 회동은 115분간 진행됐다. 회동은 덕담으로 시작됐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국내 배치 등 민감한 의제가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됐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회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모두발언을 마친 박 대통령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3명의 장관에게 현재 국가 상황에 대한 설명을 주문하면서 분위기는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추 대표와 박 비대위원장이 “오늘 회동은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기 위한 자리이고, 장관들은 언제든지 국회에 와서 설명할 수 있지 않느냐”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순간 정적이 흐르더니 분위기는 더 이상 회복되지 않았다.
이후 박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은 각종 현안에 대해 사사건건 이견을 확인했다.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회동은 결국 단 하나의 합의사항도 발표하지 못하고 끝났다. 추 대표는 회동 후 기자간담회에서 “(안보문제에 대해) 합의하자는 제안은 있었으나 저와 박 비대위원장이 ‘강요된 합의는 있을 수 없다’고 동시에 얘기했다”고 전했다.
야당 대표들은 현장 발언뿐 아니라 문서를 통해서도 박 대통령에게 의견을 전달했다. 추 대표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간 연장 등 5가지 요구사항이 담긴 서신을 직접 전달했다. 박 비대위원장도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20가지 요구사항을 담은 ‘유인물’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미리 전달한) 유인물에 메모하며 경청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청와대 접견실에서 덕담과 함께 여야 3당 대표를 맞았다. 첫 TK(대구·경북) 출신 여성 야당 대표인 추 대표를 향해서는 “동반자로서 기대한다”고 했다. 추 대표 역시 “흔쾌히 회담 제의를 수용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추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장애인 고용 사회적기업에서 만든 USB 메모리를 선물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는 최근의 ‘민생 행보’를 언급하며 “국민들이 (여당의) 새로 변화된 모습을 체감하도록 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에게는 “(출국) 시간을 연기하면서까지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청와대에서 회동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11개월 만이며, 여야 새 지도부와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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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덕담으로 시작한 115분… 분위기 급속 냉각
입력 2016-09-13 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