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담으로 시작한 115분… 분위기 급속 냉각

입력 2016-09-13 04:19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3당 대표와의 회동에 앞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로부터 장애인 고용 사업장에서 만든 USB 메모리가 담긴 선물 봉투를 받고 있다. 이병주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의 12일 청와대 회동은 115분간 진행됐다. 회동은 덕담으로 시작됐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국내 배치 등 민감한 의제가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됐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회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모두발언을 마친 박 대통령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3명의 장관에게 현재 국가 상황에 대한 설명을 주문하면서 분위기는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추 대표와 박 비대위원장이 “오늘 회동은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기 위한 자리이고, 장관들은 언제든지 국회에 와서 설명할 수 있지 않느냐”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순간 정적이 흐르더니 분위기는 더 이상 회복되지 않았다.

이후 박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은 각종 현안에 대해 사사건건 이견을 확인했다.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회동은 결국 단 하나의 합의사항도 발표하지 못하고 끝났다. 추 대표는 회동 후 기자간담회에서 “(안보문제에 대해) 합의하자는 제안은 있었으나 저와 박 비대위원장이 ‘강요된 합의는 있을 수 없다’고 동시에 얘기했다”고 전했다.

야당 대표들은 현장 발언뿐 아니라 문서를 통해서도 박 대통령에게 의견을 전달했다. 추 대표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간 연장 등 5가지 요구사항이 담긴 서신을 직접 전달했다. 박 비대위원장도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20가지 요구사항을 담은 ‘유인물’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미리 전달한) 유인물에 메모하며 경청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청와대 접견실에서 덕담과 함께 여야 3당 대표를 맞았다. 첫 TK(대구·경북) 출신 여성 야당 대표인 추 대표를 향해서는 “동반자로서 기대한다”고 했다. 추 대표 역시 “흔쾌히 회담 제의를 수용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추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장애인 고용 사회적기업에서 만든 USB 메모리를 선물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는 최근의 ‘민생 행보’를 언급하며 “국민들이 (여당의) 새로 변화된 모습을 체감하도록 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에게는 “(출국) 시간을 연기하면서까지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청와대에서 회동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11개월 만이며, 여야 새 지도부와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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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