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위해 만났지만…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입력 2016-09-13 04:02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3당 대표와의 회동에 앞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로부터 장애인 고용 사업장에서 만든 USB 메모리가 담긴 선물 봉투를 받고 있다. 이병주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야당이 12일 청와대 회동에서 안보 위기에 대한 해법 등을 놓고 정면충돌하면서 정국은 더 꼬이고 있다. 협치의 물꼬를 트기는커녕 갈등의 골만 깊어진 형국이다. 대치 기류가 추석 이후에도 이어져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파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청와대는 회동 후 박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을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했다. 사드 배치, 북핵 대응, 대북 특사, 한·일 위안부 협상에 이르기까지 야당의 요구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같은 시각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만사불통” “대통령의 안보 강의”라는 표현을 동원해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장관이 배석한 회동 형식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국민의당 역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해임과 세월호 특별법 개정, 사법 개혁을 요구했지만 어느 것 하나 관철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야당이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고 모든 현안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렇듯 회동 이후 정국이 오히려 얼어붙으면서 당장 추석 연휴 이후 시작될 대정부 질문과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총공세가 예상된다. 우 수석 거취 문제와 세월호 특조위 연장, 가계부채 대책, 한진해운 사태 해결 방안 등 모든 현안이 정기국회까지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은 이번이 8번째다. 현안에 공감대를 이루는 등 성과를 낸 적도 있었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고 빈손으로 헤어진 경우도 많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을 논의했다. 이들은 1시간48분간 국정 전반을 논의했는데 합의문 한줄 내지 못했다. 당시 문 대표는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것 같은 암담함을 느꼈다”고 했다.

취임 첫해였던 2013년 4월엔 박 대통령이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함께했다. 박 대통령은 잇단 인사 실패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야당이 사퇴를 요구했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임명은 철회하지 않았다. 가장 끝이 안 좋았던 만남은 그해 9월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3자 회동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국정원 댓글 사건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박 대통령은 “전 정부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다음 대통령이 사과한 일이 없다”고 거부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천막으로 돌아가겠다”는 말로 1시간30분간의 회동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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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