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오너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연말에 대규모 조직 개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12일 이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한 것은 급변하는 IT 업계 환경에서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인수·합병(M&A)이나 비핵심 사업 매각 등이 중요한데 전문경영인에게 일임하기보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프린터 사업 일체를 휴렛팩커드(HPI)에 매각키로 했다. 지난 수년간 삼성전자는 프린터 사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으나 B2B(기업간 거래) 중심인 시장을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계기로 비핵심 사업 매각은 가속화하는 한편 미래 먹거리에는 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진행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7월 중국 전기차 업체 BYD에 5000억원가량의 지분투자에 나섰고, 이탈리아 FCA(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티브) 계열의 부품업체 마그네트마렐리 인수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을 선언한 만큼 이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을 계기로 관련 분야 M&A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클라우드 업체 조이언트, 삼성페이 탄생의 핵심 역할을 한 루프페이, 사물인터넷(IoT) 업체 스마트싱스 등을 인수하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노트7 발화 사건으로 삼성전자가 큰 위기에 처한 것도 등기이사 선임 결정을 앞당기는 ‘촉매' 역할을 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인 만큼 오랜 기간 이사회가 논의를 거듭했을 것”이라면서 “위기상황인 만큼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발표 시점을 앞당겼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말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반도체·부품(DS)부문 권오현 부회장, 소비자가전(CE)부문 윤부근 사장, IT·모바일(IM)부문 신종균 사장 등 3명의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현재 조직 구조상으로는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선임되더라도 특정 사업부문을 직접 맡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주요 사업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선 현재 시스템을 새롭게 개편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 부품을 담당하는 DS부문과 완제품을 관장하는 DMC부문으로 운영되다 2012년 조직 개편을 통해 현재 3개 사업부문 체제로 개편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IT환경 급변… 이재용 부회장, 빠른 의사 결정위해 경영 전면 등장
입력 2016-09-12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