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중국 책임론’ 공방

입력 2016-09-13 00:03
사진=환구시보 홈페이지 캡처

북한 핵·미사일 도발이 제재에 적극적이지 않은 중국 때문이라는 미국의 ‘중국 책임론’에 중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북한의 도발은 중국에 큰 책임이 있다”면서 “중국은 지리적 위치, 역사적 영향력을 동원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을 유용한 카드로 보기 때문에 엄중한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사드(THAAD)를 한국에 배치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중국 정부가 미국 뜻대로 원유공급 중단 등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유공급을 전면 중단할 경우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보다 중국에 적대감을 가질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중국 정부가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카터 선생이 참 겸손도 하시다”고 비꼬면서 “북핵 문제의 유래와 문제의 핵심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 있다”고 반박했다. 화 대변인은 “북핵의 본질은 미국과 북한의 갈등”이라면서 “방울을 단 사람이 방울을 떼어 내야 하듯 미국이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도 논평기사와 사설을 통해 “중국 책임론은 본말이 전도됐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이 대놓고 군사적으로 위협하지 않았다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지가 지금처럼 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중국의 제재 강화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평양을 지도에서 없애겠다’는 등 군사적 압박 수위만 높인다”면서 “한국과 미국이 번갈아 위협한다면 북한의 6차 핵실험도 곧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 총회 참석 등을 위한 경유 방문으로 12일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 외무상은 베이징 공항에 마중 나온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와 함께 북한 대사관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측에서 나온 영접 인사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AP통신은 평양발 보도에서 이 외무상이 13일부터 베네수엘라에서 열리는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17일 미국 뉴욕에서 개막하는 유엔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외무상이 베이징에 머물면서 중국 측 고위급과 접촉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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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