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영화 확장판 재개봉, 팬 서비스일까 재탕일까

입력 2016-09-13 18:57
아가씨
인천상륙작전
내부자들
Q : 최근 영화계에 특이한 형태의 재개봉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영화가 흥행하면 본편에서 삭제됐던 장면들을 추가해 ‘확장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내놓는 겁니다. 감독판 혹은 무삭제판이라고도 불리죠. 이건 팬들을 위한 선물일까요? 아님 그저 ‘재탕’에 불과할까요.

A : 정전협정일인 지난 7월 27일 개봉해 7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확장판을 선보입니다. 러닝타임은 141분. 본편보다 31분 길어졌습니다. 실제 상륙작전이 진행됐던 9월 13일을 재개봉일로 정해 의미를 부여했죠.

사건에 집중한 본편과 달리 각 인물에 부연설명을 더해 연결을 매끄럽게 했습니다. 특히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이 연기한 맥아더 장군 분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카메오처럼 등장해 뜬금없는 명언만 던지던 어색함이 다소 누그러졌죠. 작품의 만듦새가 한결 나아진 느낌입니다.

이재한 감독도 확장판 개봉에 대해 흡족해했습니다. 그는 “개봉판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하게 돼 기쁘다”며 “영화가 잘 되면 확장판을 선보일 수 있을 거라고 제작사 대표께서 약속하셨다. 이런 기회가 오길 바라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정재·이범수·정준호 등 출연배우들 역시 “추가 흥행 여부보다 편집돼 아쉬웠던 장면들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별책부록인 셈이다” “팬 서비스 차원이 아닌가 싶다”며 반겼습니다.

확장판의 흥행 가능성을 열어준 건 지난해 말 개봉된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었습니다. 50분을 추가해 3시간에 달하는 버전으로 개봉했는데 무려 208만여명이 봤습니다. 이례적인 성공이었죠.

과거 ‘최종병기 활’(2011·1만1547명)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4738명) 등 확장판이 개봉됐으나 ‘늑대소년’(2012·41만4281명)을 제외하고는 미미한 성적이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도 23분 늘린 확장판을 전국 27개 스크린에 걸었으나 추가 관객은 1만명이 채 안됩니다.

확장판을 내놓은 배급사 측은 “제작사 요청으로 개봉하긴 하지만 사실상 흥행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개봉판은 관객 기호에 따른 내용 전달의 효율성을 우선 고려한다”며 “감독 입장에서는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판을 반긴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흥행 영화의 ‘재탕’은 결국 시장 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어떤 형태로든 상영관 확보에 유리한 입장이 될 테니까요. 새로 개봉하는 작은 영화들에게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재개봉 꼼수’ 혹은 ‘끼어들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영화 관련 커뮤니티를 살펴보니 눈에 띄는 의견이 있더군요. 이럴 거면 차라리 본편과 확장판을 동시기 개봉해 관객에게 선택권을 달라는 겁니다. 글쎄요, 꽤 그럴싸하지 않나요? 어차피 관객을 위한 것이라면 말이죠.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