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대한민국 표준이 됐다. 최근 통계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1인 가구(27.2%·2015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라고 발표했다. 미혼의 20대부터 황혼의 60대 이상까지 ‘혼자’지낸다는 게 어색한 일이 아닌 게 됐다.
혼자 하는 식사가 쭈뼛댈 일이 아닌 게 됐다. 혼자 고깃집에서 고기를 자르며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다. 영화 관람, 여행, 캠핑, 노래방 가기 등 각종 문화생활을 혼자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장 발 빠르게 트렌드를 반영하는 대중문화에서도 ‘혼자’라는 소재가 흔히 쓰이고 있다. 혼자 살아가는 삶을 다루는 드라마, 예능, 만화 등이 늘고 있다.
13일 4회까지 방송된 tvN ‘혼술남녀’는 혼자 술을 마시는(이런 걸 ‘혼술’이라고 한다) 사람들을 다룬 드라마다. 노량진 학원가의 다양한 인간군상과 이들이 즐기는 ‘혼술’을 그렸다. 공무원학원의 일등스타강사 정진석(하석진)부터 5년 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장수생 동영(김동영)까지 저마다 다른 이유로 ‘혼자’ 술을 마신다.
계약금 100억원을 받고 스카우트된 스타강사 정진석은 혼자 술을 마시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의 강요 때문에 억지로 마시지 않아도 되니까. 듣기 싫은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되고, 억지웃음 지으며 감정 소모할 필요도 없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을 필요도 없으니까.” 회식에 시달려본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유다.
집안의 빚을 해결하느라 대학 때부터 학원 강사 일을 전전해야 했던 박하나(박하선)도 혼자 술을 마신다. 변두리 학원에서 노량진에 입성했지만 학벌 초라하고 배경 없는 하나에게 노량진은 기댈 곳 하나 없는 전쟁터 같다. 집에서 혼자 마시는 캔맥주는 마지막 위로가 돼 준다.
“초라한 공시생(공무원시험준비생)은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라고 주장하며 낙방에도 굴하지 않는 김기범(샤이니 키)도, 엄마에게 등 떠밀려 노량진에 흘러들어온 공명(공명)도 이따금 혼술로 위로를 받는다. 누군가와 함께 짐을 나누기엔 다들 사는 게 팍팍하기 때문에 가장 외로운 순간 차라리 혼자이길 택하는 것이다.
대가족의 삶을 몇 마디로 단정 지을 수 없듯이 혼자 사는 삶도 그렇다. 추구하는 삶의 방식, 성격, 나이, 혼자 지낸 시간 등에 따라 1인 가구의 삶도 저마다 다르게 흘러간다. 연예인들의 싱글 라이프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 MBC ‘나 혼자 산다’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1인 가구를 보여준다. 2013년부터 3년 가까이 꾸준히 인기를 끌며 미혼 남녀, 기러기 아빠, 노년까지 1인 가구의 다양한 삶을 다뤄왔다.
‘나 혼자 산다’에는 삶의 풍파에 통달한 듯 얼핏 기인(奇人)같기도 한 인디밴드 윈디시티 김반장의 삶도 있고, 청춘의 감성을 잃지 않은 70대 배우 김용건의 이야기도 있다. 라면과 반바지가 가장 잘 어울리는 웹툰 작가 기안84의 삶도, 각종 취미 생활을 즐기며 심심할 틈 없이 사는 가수 겸 배우 김동완의 모습도 지켜볼 수 있다.
다음에서 연재 중인 웹툰 ‘혼자를 기르는 법’(김정연 작가)은 혼자 사는 미혼 여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혼자 살기를 택한 주인공 이시다는 이렇게 말한다. “무리지어 살게 되면 좋은 점도 있지만, 흐릿해지는 가치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를테면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아끼지 않거나 막 쓰게 되는 목욕탕 안의 공공재 같은 것들 말이죠.”
이시다는 햄스터, 물고기, 도마뱀 등을 기르면서 우화적인 방식을 통해 미혼의 직장여성이 혼자 사는 즐거움과 어려움을 보여준다. 이 웹툰은 흑백의 밋밋한 그림체로 자극적인 설정이 거의 없는데도 위로가 되는 이야기 전개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1인 가구 500만 시대… TV·웹툰 ‘나홀로족’을 잡아라!
입력 2016-09-13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