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 색출 국제 공조망 완성단계

입력 2016-09-12 18:33

조세피난처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국세청의 역외탈세 그물망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국세청은 12일 한국과 홍콩 간 조세조약과 한·미 금융정보자동교환협약(FATCA) 비준 동의안이 지난 7일 국회를 통과해 미국은 즉시 발효됐고, 홍콩은 오는 27일 발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액자산가의 역외탈세 근절을 주요 세정 목표로 삼고 있는 국세청에 미국과 홍콩은 그동안 협조가 잘 되지 않던 나라였다. 역외탈세 규모나 행태 면으로 볼 때 미국은 큰 시장이었고, 홍콩은 알짜 시장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건마다 협조는 잘 됐지만 고도의 협조 시스템 구축이 아쉬웠고, 홍콩은 역외탈세 혐의자의 탈세 정보를 받아내는 데 애를 먹었다.

이번 두 국가와의 조세조약이 발효되면 역외탈세 조사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FATCA로 우리 국민이 미국에 고액 예금을 보유하면서 이를 고의적으로 숨긴 경우 모두 한국 과세당국에 포착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 국세청은 미국 내 은행에 연간 이자 10달러(약 1만1000원)를 초과하는 예금계좌를 개설한 우리 국민들의 금융정보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은 한국에 개설된 5만 달러가 넘는 미국인의 계좌정보를 넘겨받는다. 국세청 관계자는 “우리가 훨씬 넓은 기준을 적용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FATCA는 매년 9월 정보를 상호 교환하도록 돼 있지만 국회 비준이 늦어지면서 올해 첫 정보교환은 12월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홍콩과의 조세 조약 발효로 국세청은 홍콩 소재 계좌정보와 재무정보 등 역외탈세를 입증할 수 있는 과세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홍콩은 국내 법인의 해외 신고계좌가 가장 많다.

국세청은 이번 두 조약 발효로 스위스, 싱가포르, 홍콩 등 전 세계 약 120개 국가가 참여하는 ‘역외 금융 및 비금융 과세정보교환 인프라’가 사실상 완비됐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세청은 2014년 체결한 다자간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MCAA) 체결로 2017년 9월부터 영국과 케이맨제도 등 53개국으로부터 계좌·금융소득을 매년 제공받는다. 2018년에는 스위스, 싱가포르 등 47개국이 추가로 참여해 100개국으로 교환 대상국이 늘어난다.

국세청 오호선 역외탈세정보담당관은 “촘촘한 국제 공조망으로 역외탈세는 더 이상 숨길 곳이 없어졌다”며 “역외탈세 조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