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장애인 노동 착취·학대… 이번엔 ‘타이어 노예’

입력 2016-09-13 04:18
충북 청주 청원경찰서는 12일 타이어 가게를 운영하는 변모씨 부부가 40대 지적장애인 A씨를 폭행하는 데 사용한 ‘거짓말 정신봉’ 몽둥이를 공개했다. 변씨는 이 몽둥이를 가지고 A씨를 폭행하거나 위협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청원경찰서 제공

‘축사 노예’에 이어 이번에는 ‘타이어 노예’ 등 장애인 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명 ‘만득이’ 사건이 터진 지 불과 2개월 만에 지적장애인 노동착취 사건이 또다시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타이어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부부가 40대 지적장애인을 10년 동안 학대하고 장애수당까지 챙겼다. ‘만득이’의 판박이다.

청원경찰서는 지적장애인을 학대한 혐의(특수상해 등)로 변모(64)씨와 아내 이모(6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변씨는 2006년부터 지난 7일까지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에서 타이어 수리점을 운영하면서 지적장애 3급인 A씨(42)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일을 시키고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병을 앓고 있던 아버지가 평소 변씨에게 “아들을 맡아 달라”고 부탁해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 변씨 부부는 2년 뒤 A씨 아버지가 숨지자 학대와 폭행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와 부산에 형 1명과 누나 2명이 살고 있지만 이들은 형편이 어려워 A씨를 돌볼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타이어 수리점 마당에 있는 6㎡ 규모의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면서 펑크 난 타이어를 수리하고 교체하는 중노동에 시달려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고된 일을 하고도 임금 한 푼 받지 못했다.

이도 모자라 변씨의 아내 이씨는 A씨가 2008년부터 정부로부터 매달 받는 장애수당·기초생계급여 등 40만원 중 10만원을 자신의 통장으로 자동이체하는 등 생활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그동안 챙긴 돈은 2400만원에 달한다.

경찰은 병원진료기록 등을 확인해 변씨 부부가 10여 차례 폭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변씨가 A씨를 때린 곡괭이 자루에는 ‘거짓말 정신봉’ ‘인간 제조기’라고 적혀 있었다. 변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일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아 폭행했다”며 일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고된 삶은 지난 8∼9월 실시된 지방자치단체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다. 충북도 등은 ‘축사 노예’ 사건이 터진 후 소재 불명 장애인 전수조사를 벌였으나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A씨의 주소지가 변씨 부부의 타이어 가게로 돼 있고 그가 주소지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임금 착취나 학대 등은 직접 목격하거나 제보가 없으면 조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변씨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애를 왜 데려가느냐”며 욕설을 하고 경찰관의 얼굴을 때리는 등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경찰은 변씨 부부를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청주=홍성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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