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 달러화예금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국내 거주자의 달러화예금이 월말 잔액기준 역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며 계속 늘고 있다. 오는 20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기 전까지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확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8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현재 달러화예금 잔액은 569억2000만 달러로 7월 말보다 11억8000만 달러 늘었다. 6월 말 500억 달러를 돌파한 달러화예금은 7월 말 557억4000만 달러를 기록해 이때도 무려 57억 달러 넘게 급증했다. 두 달 연속 사상 최고치 경신에 증가속도 또한 가파르다.
달러화예금 급증을 두고 한은은 “주로 개인의 투자성 예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개인의 달러화 예금이 8억1000만 달러 늘어 기업의 증가치 3억7000만 달러보다 배 이상 높았다. 반면 유로화와 위안화 예금은 대기업 수입대금 결제를 위한 인출 등으로 각각 1억8000만 달러와 9000만 달러 감소했다.
개인 달러화예금 급증은 환차익을 노린 투자수요가 대부분이다. 달러화가 1100원 이하일 때 미리 사뒀다가 향후 금리인상으로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되면 되팔겠다는 움직임이다. 한은이 집계하는 외화예금의 경우 내국인은 물론 6개월 이상 머문 외국인과 국내 진출 외국기업의 달러화 유로화 위안화 등 외화로 된 예금이 모두 포함된다.
미국 금리인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신호는 계속 접수되고 있다. FOMC 투표권이 있는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9일 “지금까지 발표된 경제지표로 볼 때 점진적 통화정책의 정상화(금리 인상)를 이행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 역시 “최근 몇 달간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근거가 강화됐다”고 발언했다.
연준 인사들은 13일부터 금리 관련 언급을 자제하는 이른바 ‘블랙아웃’에 들어가는데, 시장에 금리인상 관련 사인을 계속 제공해 왔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북한의 5차 핵실험 변수가 국제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이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날 장병화 부총재 주재로 2차 통화금융대책반회의를 열고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과 외평채금리 등 일부 한국 관련 금융상품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됐으나 이는 유럽중앙은행(ECB)과 미 연준의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핵실험보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더 큰 변수라는 분석이다. 신한금융투자 김영환 연구원은 “과거 핵실험으로 인한 코스피 평균 하락 기간은 3.3일에 평균 낙폭도 2.1%에 그쳤다”며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판가름나는 9월 FOMC까지는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글=우성규 조효석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美 금리인상 움직임에… 국내 달러화예금 급증
입력 2016-09-12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