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 자신하더니… 싸늘한 인기

입력 2016-09-12 18:26 수정 2016-09-19 14:22

14일이면 정부가 ‘만능통장’ ‘국민통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된 지 6개월이 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옥동자처럼 만든 게 여기저기서 난타당하는 게 안타깝다”고 토로할 정도로 ISA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출시 때부터 은행들이 1만원짜리 계좌를 남발하는 과열 유치 경쟁이 벌어졌고, 최근에는 수익률 공시 오류까지 발생했다. 저금리 시대에 안정적 자산을 마련해주겠다는 상품 취지는 희미해지고 오명만 남았다.

전문가들은 ISA가 상품설계 당시부터 서민들을 위한 맞춤형 자산형성이라는 목적과 맞지 않았다고 본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12일 “ISA 혜택을 받으려면 고위험 상품을 운용해야 하는데 서민들이 이런 리스크 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며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겠다는 것도 경제가 잘 돌아갈 때 가정이지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수수료를 빼면 자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금융기관 돈벌이만 지원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대익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행복금융센터장은 ISA 보완책으로 가입대상자와 소득공제 등의 세제 혜택을 늘리고, 중도인출과 복수계좌를 허용해 편리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의 사례처럼 주부나 학생도 가입할 수 있도록 해 가입대상을 최대한 넓히고, 최대 5년간 중도인출을 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ISA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얘기다.

순수익으로 계산해 최대 250만원까지만 세금을 물리지 않도록 한 세제 혜택도 큰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고 현장에서는 얘기한다. 가입자들은 당장 수수료 부담이 먼저 느껴지는데, 세제 혜택은 눈에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액수도 제한돼 매력이 없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국민들이 장기 저축할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애초 상품 취지를 달성하려면 세제 혜택을 과감히 풀어야 하는데 정부가 공급자 측면에서만 상품을 만든 면이 있다”며 “5년을 내다보는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점차 개선될 수 있기 때문에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말 현재 ISA 총 가입자 수는 238만5137명이다. 3월 가입자가 120만명을 넘어섰던 것에 비해 7월 가입자는 47만7000명에 그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가입자가 줄어드는 추세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